[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청소년, 학교의 문제를 고발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시도는 하지 않았어요. 그저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됩니다."
'스터디그룹'은 기존 학원물보단, 오락물 '범죄도시'에 더 가깝다. '범죄도시'에 마동석의 시원한 주먹질이 있다면, '스터디그룹'에는 싸움에 절대 지지 않는 황민현이 있다. 답답한 현실에 시원한 발차기를 날리는, '판타지' 학원물이다.
티빙 오리지널 '스터디그룹'을 연출한 이장훈 감독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인터뷰를 갖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장훈 감독은 "작품을 공개할 때마다 설레고, 기다리는 이 시간이 제일 즐겁다"며 "공개된 뒤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라고 웃었다.
'스터디그룹'은 동명의 인기 웹툰(글 신형욱, 그림 유승연, 제작 와이랩)이 원작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싸움에만 재능이 있는 윤가민(황민현 분)이 최악의 꼴통 학교에서 피 튀기는 입시에 뛰어들며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는 코믹 고교 액션물이다. 황민현과 한지은, 이종현, 신수현, 윤상정, 공도유 등이 출연한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기적'을 연출했던 이장훈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기존 작품에서 섬세한 연출을 보여줬던 이 감독의 첫 액션물 도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제안 받은 작품들 중에서 '스터디그룹'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대본이 없었던 상황에서 원작 웹툰을 먼저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심플한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액션을 하고 싶었던 차에 ('스터디그룹'의) 캐릭터들이매력 있었어요. 액션도 실컷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본 작업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그는 작가가 써온 대본을 수차례 수정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1년 가까이 대본을 준비했고,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을 찾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했다.
"1500명 정도 본 것 같아요.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그 나이 또래 배우들, 프로필조차 없는 연습생들도 다 봤어요. 역할을 한정 짓지 않고 매력있는 배우들을 찜해놓고 역할에 맞게 매칭을 시켰는데 원하는 대로 캐스팅 됐어요. '찾아질까' 했는데, 보석들이 하나씩 발견됐어요. 전쟁 나가기 전 무기를 비축한 느낌이 들만큼 든든해요. 다들 너무 잘하고 싶은 열정이 넘쳤어요. 이렇게 많은 신인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만난다는 것이 상업영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배우들 한 명 한 명 캐릭터 만들어가는 작업이 재미있었어요."
주인공 윤가민 역을 연기한 배우 황민현 역시 보는 순간 높은 싱크로율을 느꼈다. 윤가민은 책상 앞에 오랜시간 앉아 공부하지만 놀랍게도 학교 성적은 전교생 280명 중 279등으로 꼴찌 수준이다. 강한 힘을 숨겨온 주인공이 공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싸움을 한다는 설정에 맞춰 강렬한 액션 장면을 선보인다.
"이야기를 하는데 눈빛에 광기가 가득했다. 황민현 씨가 상대방의 눈을 굉장히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이야기 하는 습관이 있어요.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는데도 어색함 없는 것이 가민이스러웠죠. 피부도 뽀얗고 눈도 맑지만 사람 자체가 갖고 있는 기운이 맑아요. 배우가 갖고 있는 매력을 캐릭터로 갖고 오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매력을 캐릭터로 살리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렇게 '스터디그룹'은 황민현과 신인 배우들로 채워졌다. OTT 작품들이 스타성 있는 배우들을 앞세우는 것에 비하면, 참신한 실험인 동시에 도전이다. 이 감독은 "작품의 힘으로 밀어부치고 싶었다"며 원작의 힘을 믿었다.
"원작을 처음 가지고 왔을 때부터 너무 명쾌했어요. 군더더기 없이 너무 명확하고 보는 사람들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이야기였어요. 원작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고, 그런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보게끔 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어요."
이장훈 감독은 '스터디그룹'을 메시지보다는 철저한 오락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기획의도도 설명했다. 기존 학원물과도 차별화 되는 지점이다.
"학원물을 하자고 했을 때, 하고 싶지 않았던 건 명확했어요. 청소년이나 학교의 문제를 고발해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시도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학생들을 통해서 지금의 현실을 빗대어 고발하는 것, 작품의 메시지나 의미있는 이야기 혹은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건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싸움에 절대 지지 않는 윤가민도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다. 공감보다는 판타지에 더 가까운 인물로, 시청자들에 짜릿한 쾌감을 안길 예정이다.
"가민이는 상대에 따라서 점점 세지면서, 가지고 있는 힘이 봉인해제가 되요. 절대 지지 않는 캐릭터, 싸움을 보면서도 안심을 하게 만드는 캐릭터에요. '범죄도시' 마동석처럼.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즐기면서 볼 수 있을 거에요."
학원물로서는 보기 드물게 '청소년 관람불가', 19금이 붙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학원물의 성격에 억지로 끼워맞추기보단, 통쾌함을 주기 위해 액션의 강도를 높였다.
"제가 학원물을 즐겨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 간의 괴롭힘이 절대 빠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 시간을 견디는 게 힘들어요. '스터디그룹' 원작에서는 그 고통스러움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왜 그럴까' 했는데,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그 아픔이 공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판타지 쪽으로 비현실적으로 갔기 때문인거죠. 이것을 순화 시키고 깎아서 뭉툭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저는 아예 비현실적으로 만들어서 공감의 영역을 줄이고 비현실적으로 만화처럼 느끼게 해야겠다고 선택했어요. 다만 괴롭힘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되, 그 강도는 높이는 거죠. 빌런의 악함을 설정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통쾌함을 위해 설정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고통스럽지 않게 만들고 싶었어요. 폭력 미화는 처음부터 고민했던부분인데, 19금은 필연적이었어요. 액션은 포기할 수 없어요. 액션의 쾌감과 타격감, 빌런의 악한 설정은 순화 시킬 수 없더라고요. 19세를 받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예상은 했었어요."
'스터디그룹'은 10부작이다. 방대한 원작에 비교하면, 스토리의 군더더기를 줄였다. 100% 재미를 추구했다. 이 감독은 "'벌써 끝났어?'하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다"고 했다.
OTT 시리즈물의 추세인 시즌제를 염두에 뒀는지도 물었다. 이 감독은 "'스터디그룹'이 잘돼야 그 다음이 있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괜히 설레발 치지 말자, 시즌2를 염두에 둔 듯한 엔딩을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시즌1 그 자체로 완성도 있길 바랐어요.그 다음에 준비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즌2를 할 수 있는 좋은 상황이 오면, 황민현이 제대할 때까지 1년이 남으니 대본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하하)."
'스터디그룹'은 23일 티빙에서 독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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