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실제로 만난 하율리는 '옥씨부인저' 속 광기 어린 빌런 소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해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가득한 배우다. 자신을 향한 반응이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웃는데 애교가 흘러넘친다. 그런데 연기할 때는 그렇게 표독스럽게 변할 수 있다니, 역시 배우는 배우다. 특히 어떻게 하면 더 얄밉고 싫게 느껴질 수 있을지 연구와 연습을 거듭했다는 하율리는 이번 '옥씨부인전'을 통해 만난 임지연에게 용기를 얻었고, 배우로서의 새로운 목표까지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에 지금도 단단하지만, 더욱 성장해나갈 하율리의 배우 꽃길을 응원하게 된다.
지난 26일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극본 박지숙, 연출 진혁 최보윤)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 분)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 분)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을 담은 드라마다. 임지연과 추영우, 김재원, 연우, 이재원, 하율리 등이 열연했다.
하율리는 김낙수(이서환 분)가 애지중지하는 딸이자 구덕이(임지연 분) 아씨 김소혜를 연기했다. 머리가 나쁘고 흉포한 인물로, 제 할 일을 모조리 몸종 구덕에게 떠넘겨 오히려 구덕이에겐 뭐든 배울 기회가 됐다. 그토록 무시하고 부리던 구덕이에게 모욕을 당하고 평생을 '똥소혜'라 불렸다.
구덕에 대한 복수심으로 구덕이를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에 소혜가 재등장해 구덕을 만났을 때 시청자들까지 경악했고, '조선판 박연진'이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였다. 마지막까지 구덕을 괴롭히며 악행을 저지른 소혜는 결국 벌을 받고 관노비로 전락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하율리는 표독스러운 소혜를 소름 끼치게 연기해 시청자들의 원성과 함께 연기 극찬을 얻었다. 다음은 하율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소혜에 대한 반응을 주변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다. 반응도 찾아봤나?
"찾아봤다. 사실은 1화 나오고 나서는 평이 안 좋을 수도 있겠다, 연기 안 좋다는 얘기가 나오면 어쩌나 싶어서 무서웠다. 그런데 시청률이 점점 오르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도 연락이 많이 와서 '이제 제대로 모니터링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SNS와 유튜브에 들어가서 보는데 조회수가 엄청 높더라. "너무 악독하다", "소혜 너무 잘 뽑았다"라는 얘기가 있어서 행복했다. 처음엔 욕을 먹거나 나쁜 평을 들으면 무서울 것 같아서 어쩌나 했는데 이재원 선배님이 촬영할 때 "연기하고 나면 욕 많이 받을 거다. 욕먹어도 상처받지 말고 즐겨"라고 하셨다. 그때는 어느 정도로 욕을 먹는 것인지 잘 몰랐다. 오히려 지금은 소혜로 인해 "저 배우 누구야?"라는 글도 많이 봐서 너무 좋다."
- 대사의 포인트를 잘 살린다거나 딕션이 좋아서 대사가 쏙쏙 들어오는데 연습도 많이 했나?
"계속 연습하고 연구하고 있다. 발음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하는 편이다. 이번에 소혜 준비할 때는 더더욱 그랬는데, 제 대사 안에 정보가 되게 많았다. 박준기의 악행, 아빠의 악행, 구덕이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하는 부분이 많이 담겨 있어서 대사 전달이 안 되면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는 뉴스나 날씨 기사, 글로 적혀 있는 것을 많이 읽어보고, 아나운서분들의 딕션을 많이 듣고 따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제 보이스도 찾고 발음 연습도 한다."
- 사극이 처음은 아니지만, 부담도 있었나?
"세 번째 사극인데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큰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 단지 사극은 말투, 억양, 호흡이나 대사 전달에서 현대극과는 다르다 보니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 소혜의 서사를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나?
"초반 촬영할 땐 몰랐다. 작가님이 '너 마지막 빌런 첩으로 들어가'라고 하셨다. 중간에 리딩을 한 번 더 했는데 그때 작가님과 얘기하다가 알게 됐다."
- 대본을 읽고 내가 마지막 빌런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기분 좋았다. 다른 연기를 더 도전해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관계성을 생각했다. 10년 후이기 때문에 방송 시간상 몇 주 있다가 등장한다. 다시 나왔을 때 임팩트가 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강렬한 표정과 잊히지 않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 임지연 배우는 15화 재판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재판신으로 꼽았다. 그때도 소혜가 큰일을 하는데 어떤 점을 신경 썼나?
"소혜가 또 한 건 하는데, 짠하고 나타났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얄밉고 세상 사람들이 싫어할까를 고민했다. 장애물 같은 느낌인데, 이왕 장애물이 될 거면 못 넘을 장애물처럼 하자는 생각이었다."
- 사전 제작 드라마다 보니까 집에서 계속 시청을 했을 텐데,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의 느낌이 다른가?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소혜가 나올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웃음) 연기를 할 때도 방송에 나올 때도 소혜가 너무 이해가 된다. 저는 소혜의 입장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1화에서 구덕이가 도망가는 신을 보고 울뻔했다. 로맨스도 서사가 계속 쌓이는 걸 보며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했다. 그래야 소혜가 나왔을 때 파괴력이 더 커진다. 그렇게 시청자의 입장과 소혜의 입장이 나뉘다 보니 신기한 경험이었다."
-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마치 막내딸 온 것처럼 "소혜 왔어?"라며 모든 분이 친근하게 잘 챙겨주셨다. 제 촬영이 중간이 텀이 있었다. 겨울에 찍고 봄을 지나 여름에 촬영했다. 오래 있다 왔으니까 낯설 수 있고 긴장할 수 있으니까 더 말 걸어주시고 더 많이 챙겨주셨다. 지연 선배님도 먼저 "요즘 너무 추워", "요즘 너무 더워", "괜찮아?"라고 말도 걸어주셔서 편하게 연기했다. 많이 예뻐해 주셨다."
- 기억나는 조언이 있나?
"지연 선배님은 연기 조언을 많이 해주지는 않으신다. 항상 "잘한다", "너는 소혜니까 믿어"라고만 해주셨다. 그래서 용기를 얻었다. 딱 한 번, 각자 양반과 노비 위치와 입장에서 만나 대립하는 중요한 신이었는데 선배님이 잠깐 와서 "나는 이렇게 준비하고 분석했어. 너는 어떻게 했어?"라고 물어봐 주시고 조언을 해주셨던 것이 있다. "우리 서로 대사하는 거 잘 들어보자. 나도 너 대사할 때 잘 들을게", "너도 내가 대사할 때 잘 들어봐. 대사를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확 화가 날 수도 있고 분노,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그걸 차근차근 연기로 표현해봐"라며 도와주셨다. 지연 선배님 미소를 보면 사르르 녹는다. 귀여우시고 애교도 많고, 털털하시다. 박준기 역의 최정우 선배님도 "소리 지르는 거 많이 힘들지? 그럼 소리를 조금 덜 질러봐. 그럼 좀 더 편하다"라고 해주시고 다음 신 준비하기 전 시간이 있을 때 같이 리딩해보자고도 해주셨다. 대사도 저에게 맞춰주셨다. 재미있게 촬영했다."
- '옥씨부인전'은 넷플릭스에서도 인기가 좋은 편인데 이런 드라마의 인기도 실감하는 것이 있나?
"아직 인지하는 중이다. 한 번도 이런 걸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댓글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시청률도 신기하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도 시청률이 높고 인기가 많았지만, 그때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옷소매'는 그 자체로 사랑을 받았다면, 이번 작품은 소혜도 큰 관심을 얻으니까 그 느낌이 신기하면서 재미있다. 댓글 재미있게 본다. 저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구덕이 그만 괴롭혀, 그만 쫓아다녀"인데 그런 거 보면 죄송하다. 그래서 댓글 보면서 "조금만 더 제 세상을 즐길게요. 조금 더 남았는데 죄송해요"라고 한다.(웃음)"
- 대화를 나누다 보니 캐릭터 분석력이 좋은 것 같다. 그만큼 노력을 많이 한다는 뜻이겠지만, 그런 부분에서도 재미를 많이 느끼나?
"연기 서적을 굉장히 많이 찾아본다. 혼자 연기를 하다 보니까 선배님들 작품이나 연기 인터뷰도 많이 보게 된다. 캐릭터 설명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장점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분석하고 집중하려 한다. 예전에 박정민 선배님이 독립영화를 찍을 때 감독님이 카메라를 설치해서 일상생활을 담았다고 하더라. 그걸 나중에 보여주면서 "평소에 얘기할 때와 연기할 때 이렇게 바뀐다"라고 했다더라.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연습하고 저를 분석하곤 한다. 그래서 연기 잘하는 선배님들 영상, 인터뷰, 예능 다 찾아보고 연기 일지에 하나하나 쓴다."
- 인생 드라마나 영화가 있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지브리 영화를 좋아한다. 드라마는 항상 바뀌기는 하는데 최근에 '미스터 션샤인'을 다시 봤다. 세 번 정도 봤는데 선배님들이 대사를 재미있게 하신다. '옥씨부인전'에서 이재원 선배님 보면서 저런 티키타카 대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미스터 션샤인'에선 이병헌 선배님이 하시는 걸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멜로가 체질'도 챙겨봤다. 그런 재미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 앞으로 나는 이런 배우였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가짐이나 다짐이 있다면 들려달라.
"'이 배우는 누구야?'라는 호기심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를 잘해서든 이미지가 잘 맞아서든 작품을 봤을 때 누군지 궁금해서 검색창에 이름을 검색하고 필모그래피를 보고, 제 예전 연기를 찾아볼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이번에 생긴 배우로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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