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다 가블러', 13년만 돌아온 '불꽃 헤다' 이혜영⋯5월8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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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국립극단의 '헤다 가블러'가 내달 8일 베일을 벗는다.

국립극단은 명동예술극장에서 13년 만에 '헤다 가블러'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2012년 초연 당시 '헤다 가블러'는 전회차 전석 매진의 신화를 기록했다. 헤다 역의 이혜영은 제5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 연기상, 제49회 동아연극상 여자 연기상을 수상했다.

연극 '헤다 가블러' 이혜영 [사진=국립극단 ]
연극 '헤다 가블러' 이혜영 [사진=국립극단 ]

'헤다 가블러'는 헨리크 입센이 1890년 발간한 희곡이다. 남편의 성인 테스만을 거부하고 아버지의 성이자 자신의 성인 가블러를 붙인 채 살아가는 여주인공 헤다를 앞세워, 남성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적인 여성의 주체를 과감히 천명하면서 17세기 남성 중심적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욕망의 파열과 실재, 운명의 지배와 근원적 딜레마를 날선 비극 속에 담아낸 작품은 세계 초연 이후 120년 만에 국내에 소개됐다. 그 작품이 바로 2012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오른 극이다.

국립극단은 'Pick 시리즈'로 다시 한번 관객을 처절한 자유의지의 추락과 지독히 떨어지지 않는 파멸의 늪, '헤다 가블러'로 이끈다. 'Pick 시리즈'는 초연 이후 관객의 상연 요청이 지속적으로 쇄도한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사업이다.

2025년 새롭게 돌아온 '헤다 가블러'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헤다들에게 바치는 찬사다. 19세기 말 계급주의가 무너져 가는 숨 막히는 부르주아 사회 속에서 존재의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과, 그 자유의지의 추락으로 파괴적 결말을 맞는 헤다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롯이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자기파괴를 선택한다.

박정희 연출은 '헤다 가블러'로 국립극단 예술감독 부임 이후 첫 데뷔작을 선보인다. 박 연출은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도 21세기판 헤다들은 존재한다. 돈, 명예, 권력 등 사회 구조가 수직적으로 제안하는 가치들을 차지하는데 진절머리가 난 이들은 과감히 자기파괴를 행하기도 한다"라며 "가해지는 일체의 사회적 가치를 내면에서부터 해체하여 헤다는 마침내 자신의 육신까지 저버리지만 그녀의 실존은 끝끝내 살아남는다. 작품을 하면서 보편적 가치라는 말로 개인을 구속하고 강요하는, 구조주의의 최면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 최면 속에서 자아의 본질을 찾고자 헤매고 있는 오늘날의 헤다들에게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어떤 손을 내밀 수 있는가를 질문해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극 '헤다 가블러' 이혜영 [사진=국립극단 ]
연극 '헤다 가블러' 이혜영 [사진=국립극단 ]

이혜영이 다시 한번 타오르는 불꽃 헤다로 분한다. 2012년 초연 당시 박 연출은 "헤다를 할 배우는 이혜영밖에 없다"라는 판단으로 이혜영을 한국의 첫 헤다로 맞이했다. 당시 이혜영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한국의 첫 번째 헤다'이자 '한국의 독보적인 헤다'로 거듭났다.

출중한 연기력을 입증받아 온 배우들이 이혜영의 헤다 곁에 선다. 윤상화가 헤다를 끈질기게 탐하는 수탉 브라크 역을 맡는다. 고수희가 헤다에게 권태의 무게를 더하는 율리아네 테스만 역으로 합류한다.

송인성은 엘브스테 부인 역으로 헤다의 비뚤어진 욕망과 질투에 불을 지핀다. 김명기는 헤다를 공허와 염증의 세계 속에 가두는 남편 예르겐 테스만 역을 연기한다. 김은우가 헤다의 갈망이 투영된 자이자 동시에 헤다를 몰락으로 이끄는 헤다의 야누스, 에일레르트 뢰브보르그 역을 맡는다. 박은호도 베르테 역으로 출연하여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무대, 의상, 음악, 영상, 소품 등 무대예술은 초연과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초연에서는 웅장하고 클래식한 고전의 시대적 배경을 구현해 지배자이자 신격화된 헤다의 모습을 부각했다면, 2025년엔 자유와 광란의 시대를 무대로 옮겨와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를 위태롭게 걷는 인간 헤다의 눈부신 추락을 비춘다. 세련되고 우아하지만 몽환적이고 섬광적인 요소들로 가득 찬 무대 곳곳은 "그 끝 말이야, 아름답게 만들어 볼 생각 없어?"라고 울리는 헤다의 대사를 더욱 도취적이고 자극적으로 담아낸다.

'헤다 가블러'는 국립극단과 놀티켓(구 인터파크티켓)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5월8일부터 6월1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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