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26년이 지나도 명작의 품격은 변함이 없다.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김윤진 등 명배우들의 연기 역시 짙은 여운을 남긴다. 이것이 극장에서 다시 '쉬리'를 만나야 하는 이유다.
18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쉬리'(감독 강제규) 4K 리마스터링 버전 GV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강제규 감독과 배우 겸 감독인 하정우가 참여했다.
![강제규 감독과 하정우가 영화 '쉬리' 4K 리마스터링 버전 GV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50915bfefcc0ef.jpg)
'쉬리'는 국가 일급 비밀정보기관 OP의 특수요원 유중원(한석규)과 동료 이장길(송강호)이 북한 특수 8군단 대장 박무영(최민식)과 남파 간첩, 내부의 첩자까지, 모두에 맞서 벌이는 숨막히는 첩보전을 그린 영화다.
1999년 개봉된 '쉬리'는 3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 작품상, 감독상, 남자최우수연기상을 비롯해 20회 청룡영화상 감독상과 한국영화 최다관객상까지 휩쓸며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다.
특히 '쉬리'는 개봉 당시 전에 보지 못했던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규모감 있는 볼거리, 스릴 넘치는 첩보전과 놓칠 수 없는 감동까지 더해 대한민국 최초의 블록버스터로 평가받으며 90년대 최고의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강제규 감독은 "'쉬리'가 개봉된 지 26년이 됐다. 보여드리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서 안타까웠다"라며 "극적으로, 작년에 영화 상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집 나간 자식을 찾은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군대에 있을 때 휴가 나와서 봤다"라고 말한 하정우는 "99년도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있었다. 전부 '쉬리' 얘기를 하더라"라며 "전공자로서는 궁금해서 너무 보고 싶더라. 정기 휴가 나가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봤다"라고 '쉬리'를 처음 봤을 때를 회상했다.
강제규 감독은 처음 '쉬리'를 러브스토리로 만들 생각이었다고. 그는 "저는 이산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분단된 나라에 사는 구성원이라고 생각 못 할 정도로 무심하게 살았다"라며 "첫 작품이 '은행나무 침대'였는데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북경 대학에 있었다. 북한 유학생들을 만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도 똑같이 잘 살고 싶고 인간의 행복을 바라는 동포이자 국민이었다"라며 "그 친구들을 통해 듣게 된 러브스토리가 있다. 전설적으로 회자되는 러브스토리,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많았다. 이걸 품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라고 고백했다.
![강제규 감독과 하정우가 영화 '쉬리' 4K 리마스터링 버전 GV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1a30e7b1d1f9fb.jpg)
하지만 '은행나무 침대'가 판타지지만 러브스토리라 또다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홍콩 누아르가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을 하던 시기다. 첩보나 액션, 스릴러 장르가 안착하기 전이다"라며 "그래서 본격적인 장르 영화를 안착시키자,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를 하자 싶었다. 그래야 첫 영화와 변별력이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스타일과 장르가 업그레이드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이런 규모가 한국에서도 되는구나'를 느꼈다. 총격 장면은 본 적 없는 큰 규모였다"라며 "고증을 통해 다양한 총기가 소개되어 의미가 있었다. OST 역시 유명하다"라고 감탄했다.
또 하정우는 "제가 만약 그때 군대에 안 갔다면 오디션을 봤을 거다. 대원 중 한 명으로 끼어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한석규 선배님이 엄청났다. 명불허전이다. 너무나 훌륭한 선배님이고 제 동경의 대상이었다. 참여한 배우들이 마냥 부러웠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강제규 감독에게 "송강호 선배가 맡은 역할이 차인표 선배에게 먼저 갔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됐는지 궁금하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강제규 감독은 "'넘버3'를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대한민국에 이상한 배우가 탄생했다. 이 친구는 진짜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했다"라며 "그 당시 한국영화 배우상을 생각할 때 돌연변이 같은 느낌이 있었다"라고 송강호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전했다.
이어 "'쉬리' 때만 해도 현실 리얼리티와 영화 리얼리티 갭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과장되거나 부족하거나 했고 연기 패턴도 그랬다. 그런데 날 것의 연기를 보여준다. 센스가 대단하다. 큰 배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송강호의 연기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대작이라 신인을 쓰기 불편한 부분이 있었는데, 한석규 배우의 형님이 매니지먼트를 같이 봤다. 그분이 용기를 줬다"라며 "최민식 배우도 '신선하고, 감독님이 애착을 가지는 배우니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다'라고 해서 용기를 받고 캐스팅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강제규 감독과 하정우가 영화 '쉬리' 4K 리마스터링 버전 GV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3cb89d6883d228.jpg)
또 강제규 감독은 하정우가 "저는 최민식 선배님이 맡은 박무영을 해보고 싶다"라고 말하자 "하정우 배우는 여러 가지 색을 가진 배우"라고 운을 뗐다. 그는 "감독의 시선으로 연기자를 보면 이 사람이 몇 가지 색깔을 가졌는지 본다. 하정우 배우의 빛깔은 우리나라의 배우 중 가장 여러 가지 색을 가지고 있고 그걸 표현하고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멜로든, 사이코패스든, 새침데기든 연기 패턴을 보면 굉장히 멀티다"라며 "그래서 유중원 역할도 새콤하게 잘했을 것 같다. 당연히 박무영 역할도 존재감으로 훌륭하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간의 작품에선 좋은 사람을 통해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을 해서 반듯한 주인공을 그렸다는 강제규 감독은 "최근엔 박자가 엇나간 사람, 악당이 새록새록 재미있다"라며 "다음엔 나쁜 인간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범죄와의 전쟁'에도 착한 사람이 없다. 그런 주인공을 통해서도 옳고 바른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강제규 감독은 '쉬리' 속편 제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히트작은 후속작을 많이 하는데, '쉬리'의 상징성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2편을 1편보다 더 잘 만들 자신도 없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쉬리'가 일본에서 큰 성공을 했다. 그래서 제안이 많이 왔다. 개봉한 지 26년이 됐는데 작년에 일본에서 재개봉을 했다"라며 "속편을 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할까,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는 것을 내놓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작가와 2년째 만지고는 있다. 마음에 안 들면 안 할 거고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하면 만들 수 있을 거다"라고 여지를 뒀다. 그러면서 그는 "블루레이 제작은 가능해서 생각은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쉬리' 4K 리마스터링 버전은 오는 3월 19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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