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임지연이 사극 트라우마를 완벽히 극복하고 '옥씨부인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처음엔 엄청난 부담과 걱정으로 무섭기까지 했다는 그는 초심을 떠올리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구덕이, 그리고 옥태영의 삶을 살았다. 다른 작품과는 달리 볼 때마다 눈물을 쏟고 있다는 임지연은 "아직 구덕이를 보내지 못했다"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랑도, 꿈도 이뤄낸 결말엔 큰 만족감을 표현했다.
지난 26일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극본 박지숙, 연출 진혁 최보윤)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 분)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 분)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을 담은 드라마다.
임지연은 우연한 기회로 양반 옥태영의 삶을 살게 된 노비 구덕이 역을 맡아 열연했다. 노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구덕이는 천한 신분임에도 영민한 덕에 글쓰기, 셈하기는 물론 일머리, 운동신경, 손재주가 뛰어난 능력자이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을 먼저 돕는 따뜻한 마음까지 겸비한 인물이다. 그의 꿈은 열심히 돈을 모아 아버지와 도망쳐 바닷가에서 사는 것이었다.
죽을 위기를 딛고 도망쳤지만, 아버지와 헤어진 후 운명의 아씨 옥태영(손나은 분)을 만나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이한다. 임지연은 구덕이와 옥태영의 삶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동시에 천승휘 역 추영우와 가슴 절절한 로맨스를 완성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얻었다. 이에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잡은 '옥씨부인전'은 마지막 회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신분상승을 이뤄낸 구덕과 무사히 살아난 천승휘가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결말이 그려져 깊은 여운을 남겼다. 최종회 시청률은 13.6%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 기준) 다음은 '옥씨부인전' 종영을 앞두고 임지연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이렇게 사랑을 받아 인터뷰까지 해서 행복하다. 안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고,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때는 언제인가?
"식당에서 연령대 있으신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실감이 난다. 제가 드라마 끝내고 푹 쉬고 여행도 다녀왔다. 집에서 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다. 밖에 안 나가서 실감을 많이는 못 하는데 최근에 ('검은 수녀들') 시사회를 갔다가 선배님들을 많이 만났다.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사랑받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사극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했다. 극복한 것 같은데, 스스로가 바라봤을 때 어떤가?
"'더 글로리'로 사랑을 많이 받았고, 캐스팅이 많이 들어오는 시점을 맞이했다. 저도 사람이라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시점에 받은 것이 '옥씨부인전'이었다. 자신이 없었다. '나는 사극을 못 한다, 못 할 것이다'라는 생각에 안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자격지심이 컸던 것 같다. 왜 하필 사극 대본을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고 구덕이가 좋았다. 그때 아차 싶었다. '내가 조금 잘 되니까 초심을 잃었구나', '나는 항상 사람들이 나에게 아무 기대를 하지 않아도 하고 싶으면 무섭고 두려워도 도전하는 맛으로 연기하던 사람인데 왜 나 스스로 사극 장르를 배제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제 자신이 창피했다. 그래서 '해보자. 보여주자', '연진이도 했고 더 어려운 인물도 도전했으니까 사극도 해보자', '이왕 하는 거 내가 그동안 갈고 닦은 것을 임지연표 사극으로 보여주면 알아봐 주실 거다'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도전했다. 물론 현장에서 너무 힘들어서 후회하긴 했다.(웃음) 다시 사극에 도전한다는 건 큰 의미가 있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인물 자체를 너무 사랑했다. 그래서 사극 장르 트라우마는 많이 극복한 것 같다."
- 그렇다면 앞으로도 사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
"사극, 그리고 시대극에 도전할 마음이 있다. 저 스스로 나는 한복에 어울리지 않고 사극 말투가 아니고 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사극을 하려면 발음이 완벽해야 하고 테크니션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제가 20대에 고된 경험을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왕 하는 거 잘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 거의 모든 장면에 나와야 했다 보니 분량이 굉장히 많았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진짜 분량이 많아서 후회한 지점이 있다. 요즘은 사전 제작을 많이 하니까 예전만큼 밤을 새우면서 하지는 않는데 진짜 분량이 많았다. 또 지방 촬영이고 밖에서 한복을 입고 촬영했다. 물리적인 힘듦은 있었지만 마음은 행복했다.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감독님, 작가님과 저의 케미가 좋았다. 디렉팅을 많이 안 하셨는데 둘 다 준비한 것이 많아서 척하면 척이었다. 노비즈 식구들도 그렇고 의지할 것이 많아 너무 행복했다."
- 타이틀롤로서 부담도 엄청 컸을 것 같다.
"부담이 엄청 컸고 굉장히 무서웠다. 전체 대본 리딩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서 "저 한 번만 믿어달라. 원타이틀은 처음이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잘 이끌고 꼭 해내겠다"라는 말을 했다. 그 정도로 부담이 컸다. 제작발표회 때는 이제 방영이 된다는 생각에 어떻게 봐줄까 해서 엄청 떨었다. 살면서 그렇게 떨면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들 동생들이라 내가 이 작품을 잘 설명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이런 감정을 처음 느껴서 색달랐고 그만큼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 옥태영이라는 인물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이 인물을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다채로운 인물이다. 제일 미천한 신분인데 굉장히 영민하고 귀엽기도 하다. 그런 노비 신분으로 시작해서 아씨가 되고 마님이 된다. 또 외지부로서 활약하고, 처절하게 무너지기도 한다. 그런 감정 변화가 굉장히 많았다. 그걸 100%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극한 상황이 많아서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저는 태영과 구덕이를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태영이 마님이 되고 나서도 구덕이기 때문에 항상 구덕이의 피가 중요했다. 1부에서의 구덕이 신이 제가 거의 처음 분석했던 것이고, 나중의 변화는 작가님이 잘 써주셨다. 몸가짐이나 다른 인물과의 관계성도 너무 중요했다. 사실 제가 사극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 노비에서 양반이 되고 남장도 하고 외지부에 멜로도 했다. 궁에만 안 들어갔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궁에 들어가 왕비가 되어보고 싶기도 하다.(웃음)"
- 외적 변화도 신경 썼을 것 같다.
"노비 때 진짜 말랐으면 했다. 말라비틀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겨울이라 내복을 많이 껴입었다. 그래서 마른 것이 부각되지 않고 몸이 커 보였다. 그래도 얼굴이라도 마르게 나와 다행이었다. 아씨 때는 사랑스럽고, 마님이 되고는 우아하고 기품이 느껴졌으면 했다. 마님처럼 걷고 한복에 맞는 자태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변화를 많이 생각했다."
- 결과물을 봤을 때의 만족도는 어떤가?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인지, 볼 때마다 운다. 저는 사실 제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질 않는다. 그런데 이건 숏츠나 돌아다니는 짤도 못 보겠다.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너무 애정이 많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재판신을 보는데 제가 그 대사를 하고 있더라. 잘해내고 싶어서 엄청 달달 외웠던 기억이 강해서 입에 달라붙어 있더라. 이별하는 신이나 다시 만나는 신도 애절해서 너무 많이 울면서 봤다. '더 글리로' 같은 경우엔 "진짜 재미있다" 하면서 보는데, 이 작품은 눈물을 너무 많이 쏟았다. 사실 저는 아직 구덕이를 못 보냈다."
-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결말은 너무 만족한다. 어딜 가나 "해피엔딩이냐" 너무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저는 엔딩이 진짜 너무 좋았다. 마지막 2회에서 휘몰아치는데, 마지막 클라이맥스가 정말 기대가 되고 사랑받을 거라 생각한다."
-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드라마가 현 시국과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었다. 탄핵이나 성수소자 등 까다로운 키워드가 들어갔는데 어떻게 받아들였나?
"저는 그것이 크게 자극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목적성이 다른 방향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염려는 없었고, 작품 선택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물이 중요했다. 제가 재미있게 봤고 또 다른 느낌의 웰메이드 작품이 될 것 같은 기대와 설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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