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옥씨부인전' 하율리 "소혜에겐 싫은 결말⋯'조선판 박연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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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우 하율리,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 빌런 소혜 役 열연
'원조 박연진' 임지연이 인정한 빌런 "하늘 나는 기분, 선배님 덕분"
10년 동안 찾던 구덕이와의 소름 끼치는 재회 "행복한 마음에 환한 미소"
'기황후' 타나실리 보며 연기 참고⋯"모든 게 당연한 듯 살아온 순수악"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렇게 소름 끼치는 악역이 또 있다니. 배우 하율리가 희대의 빌런으로 '옥씨부인전'을 마지막까지 꽉 채우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소혜가 등장할 때면 육성으로 "너무 싫어", "짜증나"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나온다. 그만큼 하율리가 소혜 캐릭터를 너무나 완벽하게 연기했다는 의미. 이 덕분에 구덕이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고, '옥씨부인전'은 최종회에서 13%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얻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하율리의 섬세한 캐릭터 분석력과 노력이 일군 값진 성과다.

지난 26일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극본 박지숙, 연출 진혁 최보윤)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 분)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 분)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을 담은 드라마다. 임지연과 추영우, 김재원, 연우, 이재원, 하율리 등이 열연했다.

배우 하율리가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하율리는 김낙수(이서환 분)가 애지중지하는 딸이자 구덕이(임지연 분) 아씨 김소혜를 연기했다. 머리가 나쁘고 흉포한 인물로, 제 할 일을 모조리 몸종 구덕에게 떠넘겨 오히려 구덕에겐 뭐든 배울 기회가 됐다. 그토록 무시하고 부리던 구덕에게 모욕을 당하고 평생을 '똥소혜'라 불렸다.

구덕에 대한 복수심으로 구덕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에 소혜가 재등장해 구덕을 만났을 때 시청자들까지 경악했고, '조선판 박연진'이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였다. 마지막까지 구덕을 괴롭히며 악행을 저지른 소혜는 결국 벌을 받고 관노비로 전락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하율리는 표독스러운 소혜를 소름 끼치게 연기해 시청자들의 원성과 함께 연기 극찬을 얻었다. 다음은 하율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드라마 방영 후 소혜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일었는데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인가?

"제일 첫 번째는 '소혜 나쁘다'가 가장 크고(웃음) 지인들은 연기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 임지연 배우 역시 인터뷰에서 "악역이 어려웠을 텐데 정말 잘했다. 최고의 빌런이 됐다"라고 칭찬을 했다. '조선판 박연진'이라는 평도 있는데,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춘 선배에게 이런 칭찬을 들을 때 기분이 어떤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너무 좋다. 저는 사실 잘 못 할까 봐 긴장을 많이 하고 불안했는데 선배님이 현장에서 늘 "너무 잘한다"라고 해주셔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다 선배님 덕분이다. 선배님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봐 주시고 "너 하고 싶은 거 먼저 해. 다 받아줄 수 있어"라고 해주시니까 저도 "이렇게 준비했는데 해도 되냐"라고 할 수 있었다. 후배로서는 너무나 편했다."

배우 하율리가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옥씨부인전'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진혁 감독님과 '시지프스'를 함께 했다. 그래서 연락이 왔는데, 처음에는 백이 역할로 오디션을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고 했다. 세 문장 정도로 읽었는데 감독님께서 "잠깐만" 하시더니 소혜 대본을 주셨다. 제가 대본을 읽으니까 감독님과 작가님이 "소혜 찾았다"라고 하셨다. 그렇게 소혜가 됐다."

- 혹시 그 이유에 대해 들은 것이 있나?

"제 추측으로는 그때 표독스럽고 철없는 연기를 잘해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이 처음 저를 20살 때 봤으니까 애가 같다고 생각해서 백이 대본을 주셨던 거라 생각한다. 백이는 옆에서 종알거리고 친구, 동무 같은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저는 생각보다 딕션이나 이미지가 세지 않았을까 싶다."

- 감독님이 소혜에 대해 어떤 디렉션을 줬나?

"저는 후반부에 이 정도로 큰 임팩트를 가진 역할인지 몰랐다. 처음엔 그냥 구덕이를 괴롭히는 양반 주인이라는 얘기만 들었다. 뒤에 10년 후를 연기해야 하다 보니 초반에 나왔던 철없던 소혜와는 다르게 좀 억누르는 부분도 있고 조곤조곤 얘기하는 부분도 있어서 다채로운 소혜를 만들어보자고 말씀을 해주셨다."

- 준비 과정이나 연기할 때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처음 구덕이를 때리는 신이다. 30분 일찍 가서 때리는 방식이나 타격 지점을 배웠다. 소리를 지르면서 대사를 해야 하는데, 대사 전달에서 문제가 있더라. 듣기 싫은 목소리는 괜찮지만 대사 전달을 하는 부분과 약해 보이면 어쩌나 하는 것이 걱정이었다. 저는 표독스럽게 보이고 싶었다. 선배님과 겨룰 정도의 연기력은 부족하지만 민폐는 되지 말아야지 했다. 박준기 역 최정우 선배님께 "약해 보이면 어쩌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며 조언을 많이 구했다."

-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정말 소름 끼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어떻게 저렇게 때리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구덕이를 때리더라.(웃음)

"제가 힘을 실어줘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주된 키를 가지고 있다 보니 걱정이 컸다. 하지만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지연 선배님이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것이 소혜의 철없이,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어"라며 응원을 해주셨다. 때리는 신도 바스트만 가는 것인데 멍석 말아놓고 직접 때리는 거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배우 하율리가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SLL, 코퍼스코리아]

- 구덕이를 만났을 때 "반갑다"라고 하며 웃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표정 연습도 많이 했었나?

"제가 그런 표정을 짓는다는 걸 방송을 보고 처음 알았다. 저는 구덕이에 대한 집착과 순수 악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좀 더 계획적으로 연기하면 순간적인 감정이 안 나올 것 같더라. 12부 엔딩도 그렇고, 10년 동안 누군가를 찾아 헤매다가 찾았을 때 어떨까 생각했을 때 너무 행복할 것 같더라. 그래서 반갑다고 했던 건데 그런 표정을 짓더라."

- 그럼 현장에서 대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표정인 건가?

"대본을 보면서 "드디어 만났어" 하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연습했던 부분도 있지만 그 순간은 그냥 한번 '즐겨보자'가 컸던 것 같다. "잠깐만, 구덕이 아냐?"라고 했을 때 갑자기 환한 미소와 밝은 눈이 나오더라. 대본에는 '지나가다가 멈추는 소혜. 뒤로 돌고는' "반갑다, 구덕아"라고 되어있다. 사실 뒤를 돌아보는 것도 현장에서 이뤄졌다. 원래는 그냥 가다가 마주치는 건데, 감독님께서 "원테이크로 갈 건데 그냥 이렇게 스쳐 지나가 봐. 지연이는 여기 있고 네가 딱 멈춘 다음에 돌아서 천천히 와봐"라고 하셨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는데 제 설렘도 천천히 점점 증가한 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이다."

- 그 장면이 이렇게 큰 관심과 반응을 얻을 거라 예상했나?

"생각도 못 했다. 사실 이건 감독님의 디렉션이 컸다. 엔딩을 이렇게 찍을 거라고 하시고 리허설을 한번에 갔다. 카메라 감독님도 무빙하시는데 너무 고생하셨다. 저는 단지 10년 동안의 집착 끝에 행복을 얻었다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너무도 감사하게 반전 요소를 임팩트 있게 넣어주셨다. 예상 못 했는데 기분이 좋았다."

- 소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도움을 받았거나 하는 작품이 있나?

"소혜 캐릭터를 만들 때 사극의 악역은 좀 생소해서 '기황후'를 봤다. 타나실리(백진희 분)를 찾아보는데 "난 이제부터 이름 마음대로 부를 거야", "넌 호박이, 넌 두꺼비"라고 하는 신이 있다. 소혜와 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배님 연기를 많이 참조했다."

배우 하율리가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소혜를 원래부터 악한 아이라고 설정을 한 것인가?

"저는 소혜가 악하다기 보다는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한다고 여겼다. 시대적인 배경도 있지만, 항상 사랑만 받아왔다. '나는 능력도 힘도 있으니까 그걸 마음대로 쓰는 건 괜찮아. 우리 아빠도 그랬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아무렇지 않게 나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순수 악이다."

- 구덕이를 아버지 방에 보내는 것도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저도 대본을 볼 때 '이게 말이 돼? 이게 뭐지?' 싶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소혜를 연기할 때는 '받아들이자'가 컸다. 소혜는 '나쁜 애가 아니고 이게 당연한 거고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뭐가 나쁘고 잘못된 것인지 인지를 못 하는 아이라 그렇게 권력을 쓰는 거다."

- 결국 박준기의 첩이 되었는데, 그럴 때도 자존심이 너무 상해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 감정이 표정과 눈빛으로 강하게 느껴졌다.

"소혜가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구덕이는 노비니까 마음대로 해도 돼', '아빠는 내가 어리광을 부려도 되는 사람, 내가 뭘 얘기해도 다 들어줄 거니까, 아빠는 날 사랑하니까', '박준기에게는 지고 싶지 않아. 나는 정실부인 정도의 힘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관계성을 다르게 했다. 그래서 표정도 다이내믹했던 것 같다. 소혜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애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아빠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었기에 아빠가 죽었을 때 그렇게 펑펑 울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 인생을 뽐내고 싶어 하는 아이인 걸 표현하려고 했다."

-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혜로서는 기분이 나쁜 결말이다. 소혜는 죽는 것보다 노비가 되는 것이 더 싫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극으로 봤을 때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결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혜가 권선징악의 표본이 된 것 같다. 소혜로서는 싫은 결말이지만 저는 좋았다. 시청자들도 환호할 것 같은 속 시원한 엔딩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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