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무신사가 돌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에이블리가 남성 패션 부문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수년간 무신사 독주 체제가 이어졌던 남성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에이블리가 '메기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무신사가 최근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사진은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0f9dcdedf1074.jpg)
20일 업계에 따르면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지난 15일 전 직원 대상 타운 홀미팅에서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무신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구구조정이나 희망퇴직이 아닌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비상경영 기간 임원들은 주말에 출근하고, 조직별 슬림화로 운영 효율화에 나선다.
박 대표는 "여러가지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고, 비즈니스의 복잡도가 높아지고 있어서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비상경영의 기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며, 과감한 투자와 잘 짜여진 계획대로 실행해 나간다면 현재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무신사의 비상 경영 돌입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상황에서 수익성 기반의 기초 체력을 다지려는 의지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투자심리가 위축된 만큼 선제적으로 구조를 다듬고, 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였다는 것이다.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 등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플랫폼 자체의 관점에서 더뎌진 성장세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는 등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무신사가 최근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사진은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b80c6c9b21e4d.jpg)
이런 가운데 에이블리가 지난해 3월 공식 출시한 4910을 통해 남성 카테고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틈새를 찾고 있다. 당장 선두 무신사와 격차는 크지만, 뚜렷한 2등이 없었던 남성 패션 플랫폼 시장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는 모습이다.
모바일앱 리서치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설치 건수가 100만건 이상인 애플리케이션 중 전년 대비 사용자 수(MAU)가 가장 많이 성장한 앱 1위에 4910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4910 평균 MAU는 전년 대비 901% 늘며 지난 3월 기준 170만명을 기록했다.
에이블리가 론칭 1년 6개월 만에 MAU 100만명을 달성했던 실적을 4910은 7개월 만에 이뤄낸 것이다. 사용자가 빠르게 늘며 올해 1분기 매출과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배, 6배 성장했다.
에이블리는 여성 플랫폼을 통해 창출한 수익을 4910 등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지난해 거래액 2조원을 돌파한 에이블리의 성공방정식을 그래도 이식했다. 자체 개발한 'AI(인공지능) 개인화 추천 기술'과 '코디 추천 서비스'를 도입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무신사가 최근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사진은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710031f40a4627.jpg)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낸 4910의 성장으로 남성 패션 플랫폼 시장 파이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강 체제'였던 시장이 경쟁 구도로 재편되면 소비자 혜택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최근 유튜브·인스타그램 쇼핑 등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제품을 유통하는 개인 판매자들이 늘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브랜드로서의 무게 중심을 늘리는 가운데, 에이블리가 경쟁자가 많지 않은 남성 패션 플랫폼 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외형 확장도 중요하지만,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도 풀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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