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중고 상품이라도 제가 쓰는 건 처음이잖아요. 큰 거리낌은 없습니다."

2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고물가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이로 인해 가치 소비가 확산하면서 중고 상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다. 누군가 사용했더라도 가격을 생각해 구매하거나, 이를 다시 되파는 중고 거래가 일상적인 소비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러커머스', 'N차 신상' 등 신조어까지 탄생하며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중고제품 이용 실태조사 및 순환유통 비즈니스모델 혁신 보고서'를 보면 최근 1년 내 중고 거래 경험이 있는 전국 20~50대 소비자 1000명 중 75.3%가 중고제품 거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할 정도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2.8%였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1.9%에 그쳤다.
응답자의 51.8%는 3년 전과 비교해 중고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중고를 찾는 주요 이유로는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좋은 소비 방법(67.5%)'이라는 점을 꼽았다. '중고로 사서 쓰다가 다시 중고로 되팔 수 있는 점이 경제적으로 매력적(68.6%)'이라는 인식도 많았다.
![구구스 매장에서 중고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구구스]](https://image.inews24.com/v1/6a703e2227936e.jpg)
이 같은 소비 패턴 변화에 패션업계는 중고 의류 시장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1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무신사는 올 하반기 중고 상품 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를 공식 론칭한다.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패션·잡화 상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고, 최대 1만5000여개 이상 브랜드의 패션·잡화 중고거래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중고마켓 솔루션 기업 마들렌메모리와 협력해 만든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통해 중고 시장 선발대 역할을 하고 있다. 중고 코오롱 브랜드 제품을 수거하고, 검수를 거쳐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판매 고객은 코오롱몰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받는다. 현재 럭키슈에뜨, 시리즈, 슈콤마보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은 정상가 대비 50~60% 수준 저렴하다. 이날 기준 해당 마켓에 달린 판매 리뷰도 7000여개에 달한다.
![구구스 매장에서 중고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구구스]](https://image.inews24.com/v1/c2b513969efb9f.jpg)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도 중고 명품은 오히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중고 명품 브랜드 구구스의 경우 2002년 창립 이래 23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588억원, 당기순이익은 67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2%, 1% 소폭 줄었지만, 유동비율은 491.3%에 달한다. 발란 사태 등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명품 플랫폼의 위기설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3월에는 거래액 221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구구스는 중고 상품의 취약점인 가품 유통을 막기 위해 20여년간 축적한 1700만건 이상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계, 가방 등 분야별 전문가가 소싱되는 제품을 100% 검수한 후 판매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G마켓에도 공식 입점했다.
업계에서는 패션 분야에서 중고 거래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글로벌 중고 패션시장이 2024년 기준 향후 3년간 48.7%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일반 패션시장 성장률(8.4%)보다 약 6배 높은 수준이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중고 거래는 저렴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넘어 환경까지 생각하는 가치소비로 진화하고 있다"며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기업들도 중고 제품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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