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서예지, 외모를 배신하는 배우(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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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자극하는 캐릭터라면, 언제든 연기하고파"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배우 서예지는 '구해줘'에서 매회 울었다. 항상 우울하고 슬픈 서예지의 모습은 극 중 어두운 분위기를 더욱 더 끌어올렸다. 청순하고 가련한 외모도 한몫 했다. 하지만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미지 뒤에, 상반된 매력이 감춰져 있다. 실제 서예지는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당찬 배우다.

지난 9월 29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OCN 오리지널 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의 종영 기념, 서예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서예지는 '구해줘'에서 임상미 역할을 맡았다. 가족이 이사 가게 된 무지군에서 부모님이 사이비 종교 집단에 빠지지만, 그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인물을 연기했다.

먼저, 최근 종영한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 촬영을 끝낸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서예지는 "촬영이 끝난 지 3주 정도 됐는데 얼마 안 된 것 같다. 쉬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작품과 캐릭터에 여운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종영 후, 달라진 점도 밝혔다.

"전작들에서는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에서 쉽게 빠져나왔어요. 하지만 유독 '구해줘' 상미에서만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매회 우는 연기를 해서 그런가 봐요.(웃음) 연기할 때 저 자신을 잃어버린 것처럼, 제가 상미 자체가 된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상미 캐릭터를 억지로 저에게서 내보내지 않으려고요. 그나마 나아진 건 촬영 내내 꿨던 악몽을 더이상 꾸지 않게 됐어요. '구해줘'를 찍으면서 정말 심하게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린 적이 많았거든요. 너무 괴로워서 감독님한테 울면서 말한 적도 있어요."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고발하는 드라마다. 사이비 종교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에 어떻게 침투하는지, 어떤 폐해가 있는지 등 낱낱이 작품에 드러났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흔치 않은 소재다. 작품과 캐릭터를 제의 받았을 때 서예지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시나리오를 받고 사이비 종교를 이야기 한다는 게 충격적이었고 신선했어요. 하지만 '위험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작품을 통해서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문제들이 바로잡혔으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사이비 종교가 잘못됐다는 걸 확고하게 사람들에 전해주고 싶었죠. 이 드라마는 특히 사이비 종교에 당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상미 캐릭터도 독특했어요. 보통 여성 캐릭터와 달랐거든요. 보호만 받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스스로를 구하려고 하는 게 멋있더라고요."

'구해줘'에서 서예지는 나름 액션신도 펼친다. 서예지에게 '구해줘'는 정신과 육체 모두 힘든 작품이었다. 극 중 함께 연기 호흡을 펼친 배우 조성하는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예지가 어려운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신들을 잘 소화해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촬영장에서 상미를 연기할 때는 심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게 더 커서 몸이 힘든지 잘 못 느꼈어요. 그런데 집에 들어가면 확 느껴지더라고요. 팔과 다리에 피멍이 들어있고, 상처투성이었어요. 스태프들 몇 명은 이게 분장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연기하면서 복합적으로 힘든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상미가 뭘 이렇게 많이 하냐'고 말하기도 했어요. 서러워서요.(웃음) 상미로 살아봤더니 이런 별의별 감정까지 처음 다 느껴봤어요."

벌써부터 '구해줘' 시즌2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솔솔 나오고 있다. 극 중 사이비 종교, 구선원 교주 역할을 맡았던 조성하도 지난 인터뷰에서 시즌2 제작 바람을 넌지시 나타냈다. 서예지는 시즌2에 출연하게 된다면, 캐릭터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구해줘'에서 연기하면서 되게 보람 있었어요. 캐릭터를 소화했다는 것보다 배우들 간의 호흡, 감독님의 연출, 작가님, 스태플들의 조합이 좋았거든요. 고구마 전개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지만, 마지막에 사이다를 주기 위한 그 모든 화합이 좋았어요. 시즌2가 제작된다면 캐릭터 성격을 바꿔서 하고 싶어요. 지난 마지막 방송에서는 상미가 아버지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완전한 사이다 결말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 찜찜함이 남아있어요. 시즌2에서는 상미가 아버지뿐 아니라, 구선원에 갇힌 신도들을 구하고 싶어요."

서예지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생각을 당차게 말했다. '원래 성격도 당당하냐'고 물었다. 서예지는 "보호본능을 일으킬 것 같은 이미지는 마른 몸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저는 밝은 면도 있고 걸크러쉬 같은 저음의 목소리도 가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구해줘'를 하면서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처음으로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목소리가 칭찬 받을 만한 건가' 싶기도 했고요. 상미가 어두운 역할이라서 시청자들이 제 목소리를 무게감 있게 느낀 것 같아요. 그런데 저음이라서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어떤 분은 너무 저음이라고 말하기도 해요.(웃음)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점을 자주 가는데요. '일시불로 해달라'는 말을 하면, 목소리 때문에 점원이 알아보더라고요. 나갈 때마다 자꾸 말을 아끼게 돼요.(웃음)"

시청자들은 서예지의 열연 장면 중 하나로 방언 연기를 꼽는다. 지난 '구해줘' 14회에서 서예지는 영모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뜻으로, 영성 훈련 결과물인 새하늘님의 언어를 선보였다. "쌀랄렐레"라는 말을 반복하며 영부를 부르짖는가 하면, 노래를 부르는 등 사이비 종교에 완벽히 빠진 것처럼 행동했다. 서예지는 이 장면을 NG 없이 단 한번에 완성했다.

"NG를 낼 수가 없었어요. 신도들을 모아놓고 상미가 백정기를 완벽하게 속이는 연기를 해야 했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방언 연기가 부담스러웠어요. 기독교와 사이비 종교 모두 방언을 하잖아요. 종교를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독교와 사이비 종교를 모두 같은 거라고 생각할까봐, 불편하고 민감했어요. 그래서 '적당히' 하자고 생각했어요. 방송에서는 상미가 영모 교육을 받는 장면도 많지 않아서 방언을 너무 잘하면 시청자들에게도 의문을 줄 것 같았어요. 백정기와 상미의 아버지 모두 방언 같은 걸 하잖아요. 백정기와 아버지보다는 약하지만 광기가 있는 방언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서예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서예지는 "극 중 오빠가 옥상에서 떨어지면서 자살했을 때다. 그리고 오빠가 생각났던 정우가 죽었을 때다. 또 그걸 경찰들과 아버지에게 말했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불기도를 내렸다. 그때 상미가 느꼈던 좌절감이 너무 슬펐다"며 실제 인터뷰 현장에서 울먹거리며 말했다.

서예지는 "'구해줘'를 하면서 처음으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모두 봤다"며 "위로가 됐다"고 고백했다. "댓글에 '상미도 아프고 슬픈데 상미를 연기하는 서예지는 얼마나 힘들까'라는 댓글을 읽었다. 제가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시청자들이 위로를 해주는 것 같았다. 너무 위로가 됐다"고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서예지는 "연기를 하다보면 마음이 다소 휑해질 때가 있다. 배우로서 외로울 때도 있다. '구해줘'는 그 비어있는 마음을 채워준 작품이었다"며 "배우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 모두를 기억한다. 제게 '구해줘'는 기억을 하는 게 아니라, 가슴에 품은 작품"이라고 진지하게 밝혔다.

서예지는 1990년생으로 올해 28살, 5년차 배우다. 지금의 나이를 겪으며, 배우로서 고민이 없냐고 물었다. 서예지는 "'내가 벌써?', '20대가 끝나가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나리오의 캐릭터를 보면, 예전에는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캐릭터의 나이도 이제는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며 "여배우로서 나이를 생각하면 놀랍고 울컥할 때도 있다. 어떤 역할이든 맡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포기하는 순간들이 많아지게 되니까 아쉽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서 서예지는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장르는 가리고 싶지 않다. 좋은 작품이면 그 캐릭터에 맞춰서 잘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구해줘'의 상미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캐릭터라면 다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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