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신과함께',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영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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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다채로운 영화"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올 겨울 극장가에선 '하정우 대 하정우'라는 흥미로운 말이 오간다. 우리나라 대표 배급사가 각각 내놓은 대작 3편 중 '신과함께'와 '1987'에 하정우가 동시 출연하기 때문. 믿고 보는 배우로 신뢰 받고 있는 만큼, 올 겨울 관객은 하정우의 다른 연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 감독 김용화, 제작 (주)리얼라이즈픽쳐스, (주)덱스터스튜디오) 하정우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자 주호민 작가의 인기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가장 먼저 영화를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하정우는 "'신과함께'는 따뜻한 영화다.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리고 색깔도 다채로운 영화"라며 "작품을 생각하면 영화 '쥬라기 공원' '반지의 제왕' 같은 게 떠오른다"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영화는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보기 힘든 판타지 장르다. 영화 흥행 여부가 CG기술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출연 부담은 없었는지 물었다. 하정우는 "물론 디테일에서 다를 수 있지만 원작과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보편적이고 우리가 한번쯤 상상해보고 생각해본 메시지예요. 이걸 표현하는 데 판타지든 아니든, 재미있을 것 같았아요.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영화 '아가씨'를 찍으면서 '일본어 대사가 반인 영화를 관객이 이제는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는구나' 느꼈어요. 영화 '곡성' '부산행'도 그렇고요. '신과함께'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는 거죠. '조금 더 진화하고 새로운 비주얼 형식을 이젠 우리가 친숙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좀 있었어요."

연기할 때는 민망한 점이 있었다고 웃으며 밝혔다. 판타지 장르는 먼저 가상 공간이나 인물을 설정하고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 그는 민망함 때문에 촬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장면을 꼽았다. "카메라 렌즈를 보면서 랩하듯 따라하거나 허공에 대고 '해원맥 너 뭐하고 있어' 같은 신이 많다. 생각보다 굉장히 어색하고 민망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서로가 민망하다는 걸 다 고백하고 이야기가 나누면서 그런 점들이 점점 없어졌다"고 했다.

개봉 전 언론배급 시사회와 함께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원작 팬이 보면 실망할 수 있다"는 말의 맥락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떤 원작이든 영화화 했을 때 유난히 집착하게 되는 게 있다.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제가 좋아하는 종족이 안 나올 때 아쉬웠다. 이미 거기에 너무 실망했다. 그래서 ''신과함께' 관객도 그런 비슷한 마음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힘들겠지만 '신과함께'만으로 관람해줬으면 해요. 저 역시도 2년 전 시나리오를 받고 머릿속으로만 그린 영화를 처음 내 눈으로 봐서 순수하게 보진 못했어요. 참 쉽지 않죠. 그건 '1987'도 마찬가지예요. 영화를 보면서 별의별 업자 생각을 하게 돼죠.(웃음) 제가 원작이 있는 '허삼관'을 연출해봐서 관객의 마음뿐 아니라 김용화 감독의 입장을 다 이해해요. 어려운 일이죠."

하정우는 '신과함께'에서 망자의 환생을 책임지는 저승삼차사의 리더이자 그들을 변호하는 강림 역을 맡았다. 원작에서는 나뉜 강림과 진기한 역할을 합쳐, 익숙하지만 낯선 캐릭터를 연기한 것. 하정우는 두 캐릭터를 합친다고 했을 때 "가능할까 싶었다.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다음 연기톤을 두번째로 고민했다"며 자신이 찾은 해답을 전했다.

"(원작과 달리) 이승에서 강림을 연기하는 것과 저승에 올라가 강림을 연기하는 것 사이의 중간 지점을 찾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예전에 그림 공부할 때 들었던 '어떤 색으로 매치해야 할지 뭔가 아리송하다면 그땐 블랙이나 화이트야'라는 말이 떠올랐죠. '이승과 저승이 어울릴 수 있는 컬러는 블랙이 아닐까' 생각했고 그래서 연기를 절제하려고 했어요. 삼차사의 강림스러움이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는 블랙 컬러를 가진 사람이고 자홍과 수홍이 어머니에 대해 갖는 감정을 관객에게 잘 전달해주면 되겠구나' 했어요. 그런 식으로 디자인해 영화를 끌고 가려 했고 그러면서 저승과 이승을 어떻게 연결하고 연기해야 할지 실마리가 잡히더라고요."

이어 "하지만 2부에선 삼차사의 과거가 드러난다. 삼차사 3명이 1천 년 전부터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삼차사가 되었는지 등 그들의 감정이 보여진다. 사실은 2부까지 보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과함께'는 1,2부가 동시 촬영돼 2부는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이다.

어떻게 강림을 연기하게 됐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시작은 김용화 감독과의 인연이었다. 그는 "당시 고릴라를 매니지먼트 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김용화 감독 영화 '미스터 고'가 최고의 화제작이었다. 하지만 큰 사랑은 받지 못했다. 같은 시기 제가 출연한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했다. 전부터 잘 알고 지낸 학교 선배라 '저를 쓰든 안 쓰든 다음 작품에는 꼭 도움이 돼고 싶다. 여장이든 하겠다'라고 말했다"며 친분을 드러냈다.

"그때는 김용화 감독이 '신과함께'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고 다른 아이템들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몇 개월 뒤 '신과함께'를 하게 됐고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죠. 1,2부 시나리오를 동시에 보면서 제가 강림, 해원맥, 자홍 중 어떤 역을 할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해원맥을 하게 되면 강림은 저보다 나이가 많고 파워풀한 사람이어야 했지만 매력적이었죠. 2부를 보시면 알 거예요.(웃음) 자홍은 저와 안 어울릴 것 같았고 강림이 제일 저와 흡사했죠. 후에 해원맥에 주지훈이 당첨됐고 이견 없이 자홍은 차태현 형이 하게 된 거죠."

'신과함께'는 판타지 장르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엔 진한 드라마가 담겼다. 하정우는 "'신과함께'가 김용화 감독과 어울렸다. 전작 '국가대표'와 같은 느낌이었다. 감정이 풍부한 면에서 그렇다"며 "그걸 우리는 소위 신파라고 말하는데 저는 '감정이 풍부하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신과함께'는 감정이 풍부한 영화이고 이런 게 필요하고 이를 찾는 사람이 많다"라고 했다.

촬영 기간, 약 1년 동안 하정우는 시나리오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는 "기독교인이지만, '만약 죽어 영화 속에서 나오는 세계가 있고 7개 재판을 받으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법망은 피할 수 있지만 하늘의 법망은 피할 수 없다. 지금껏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통틀어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이걸 기본적으로 잘 지키고 살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특별할 게 없다"며 그렇게 살아왔냐는 질문엔 "그렇다. 도덕적인 편"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한편 '신과함께'는 지난 20일 개봉,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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