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목표는 최고로 잡고 있습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서이라(26, 화성시청)는 지난달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G-30 미디어데이에서 꽤 강력한 소감을 남겼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노메달로 부진했던 남자대표팀의 자존심을 찾는데 자신이 선봉에 서겠다며 강한 의지를 다졌다.
'효자 종목'의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자신이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서이라는 "누구나 올림픽을 꿈꾼다. 첫 올림픽이다"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서이라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국가대표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1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성장이 더뎠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도 탈락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서이라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반전은 조금씩 찾아왔다. 2015~2016 국가대표 선발전 종합 1위로 부활을 선언했다. 같은 시즌 ISU 월드컵 5차 대회 1500m 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다크호스'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좋은 흐름은 지난해 2월에도 이어졌다. 알본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1000m 금메달, 500m와 5000m 계주에서 모두 은메달을 회득했다. 3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세계 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는 1000m 금메달, 3000m 슈퍼파이널 은메달에 5000m 계주와 1500m, 500m 모두 동메달을 휩쓸었다.
종합 우승도 서이라의 몫이었다. 동시에 평창 출전권도 따라왔다. 주변에서 "이러다 평창에서 사고를 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상승세만 놓고 보면 충분했다.
무엇보다 서이라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의 메달이라는 점에서 더 극적이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2관왕(1000m, 1500m 금) 이정수가 탈락했고 삿포로 아시안게임 1500m 금메달 박세영도 없다. 실력자가 없는데 과연 메달을 딸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감쌌다.
하지만, 큰 목표를 잡고 온 무대에서 서이라는 성공했다.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메달을 달더라도 서이라에게는 인생에 있어 최고였다. 그는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결선에서 목표를 이뤘다. 1분31초619의 기록으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위기도 있었다. 레이스 도중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러나 그는 바로 다시 일어나 레이스를 마무리했고 값진 메달을 건졌다. 서이라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자작 랩을 들려주겠다"고 한 바 있다. 이제 그의 랩을 들을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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