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꽃은 단거리인 500m다. 18일 강원도 강릉 오벌(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한국)와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기록 경쟁은 세기의 대결로 꼽혔다.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자 500m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는 기대 반, 아쉬움 반이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모태범(29, 대한항공)이 깜짝 금메달을 획득하며 '혹시나' 싶은 종목으로 꼽혔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큰 소득이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전이 필요했다. 마침 지난해 12월 4일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차민규(25, 동두천시청)가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500m에서 34초314로 깜짝 은메달을 획득했다. 1위 알렉스 부아베르 라크루아(캐나다)에는 0.01초 차이로 근소했다. 종전 자신의 최고 기록 34초81에서 0.5초나 앞당겼다.
차민규는 2011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단거리 스피드를 기대하기에 적격이었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소치 대회를 앞두고 오른 발목 인대를 다쳤다. 의료진은 선수 생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고통스러운 재활을 견뎠다.
TV로 소치 대회를 지켜봤던 차민규에게는 올림픽 출전이 간절했고 2016~2017 시즌 2차 대회 동메달로 자신감을 높였다. 이후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500m 동메달을 얻었고 월드컵 3차 대회 은메달로 가능성을 남겼다.
부상없이 시즌을 보내는 것이 중요했다. 몸 관리를 소중하게 하며 기록 늘리기에 집중했다. 스피드를 늘리면서 가볍게 질주하는 것에 공을 들였다. 500m는 초반 100m 이후 코너 구간과 마지막 코너에서의 제어가 중요하다. 차민규는 반복 훈련으로 자신의 단점을 줄여갔다.
강릉 입성 후에는 훈련에만 몰두했다. 모든 것을 하늘에 맡겼다. 대회에 나서면 늘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말을 새기며 철저한 준비를 이어갔다.
특히 1500m에서 김민석(성남시청)이 깜짝 동메달을 따면서 의욕은 더 커졌다. 김민석의 경기를 본 뒤 '나도 할 수 있다'를 되뇌였다고 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한 고위 관계자는 "차민규는 팀 내에서 가장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었고 잔부상도 없다. 단거리에 특화된 선수라 올림픽에서 일을 한 번 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국, 차민규는 해냈다. 34.42로 순간 올림픽 기록을 세웠다. 곧바로 0.1초 차이로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에게 깨지기는 했지만 '깜짝'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첫 출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쌓은 기량을 마음껏 표현했다. 차민규 덕분에 경기장의 관중들도 마음껏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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