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이상한 해명·침묵·잠적…'미투' 사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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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기 "딸 같은 애들"+입닫은 당사자들…대중 분노 키워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매일매일 성폭력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연극계에 이어 영화, 가요계에서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동참하고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쉬쉬했던 추악한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대중들의 충격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사건 당사자들의 거짓 해명이나 사과, 반성 없는 태도, 아예 꾹 다문 입으로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

대중문화계 '미투' 운동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작은 연극 연출가 이윤택이었다. 이후 강단에 섰던 배우 조민기를 향한 폭로가 연일 계속 되고 있다. 또다른 유명 배우들,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래퍼 등 하루가 머다하고 성추문에 휩싸였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추문은 대중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안마와 유사 성행위를 시키고, 나체 공연을 강요하는 등 끝없는 폭로가 이어졌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10년 전, 당시 연극 '오구' 연출을 맡은 이윤택 연출가가 "자기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고 폭로했고, 배우 김지현은 "혼자 안마를 할때 성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2005년 임신을 했고 낙태했다. 사건이 잊혀져갈 때쯤 다시 성폭행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과 성추행을 주장하는 폭로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우 조민기는 자신이 재직 중인 청주대학교에서 연극학과 여대생들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 됐으며, 현재 경찰이 내사에 돌입한 상태다. 글쓴이들에 따르면 조민기는 학생들을 오피스텔로 호출해 술을 마시고 강제로 스킨십을 했으며, 또 "가슴을 만졌다" "노래방 회식을 하고 난 후 뽀뽀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서슴치 않았으며, 일부 여학생들에게 '내 여자'를 표현도 썼다고 했다. 벌써 5명의 학생들이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황을 열거했다. 청주대학교는 지난해 11월 말 학교 차원의 조사를 실시했으며, 조민기는 중징계에 의한 면직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흥부' 조근현 감독 또한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한 신인 여배우는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등의 성희롱 발언으로 수치심을 안겼다고 폭로했다.

래퍼 던말릭은 미성년자인 팬에게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소속사에서 퇴출 당했다. 던말릭은 SNS를 통해 "지난해 12월경 한 팬분을 만났다. 팬과 아티스트라는 권력관계를 이용해 추행을 저질렀다"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아직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 당사자들도 많다. 유명 배우 오모씨는 기사댓글을 통해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1990년대 초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반바지를 입고 있던 제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어 함부로 휘저은 사람이다. 똑바로 쳐다보면서"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유명 배우도 성희롱 발언 등 의혹을 받고 있다.

23일에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자신의 계정에 영화 제작자 겸 모 대학 영화과 교수인 A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의 수업을 들었던 당시 기억을 적었다. 글쓴이는 성희롱 발언이 있었던 수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첫 수업 빼고 전부 다 나를 성적인 예로 들먹거렸다"고 덧붙였다.

계속 되는 '미투'에 대중들은 경악하고 있다. 오랜 기간 성폭력 관행을 묵인하고 방조했던 문화 예술계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가해자들은 떳떳하게 업계를 활보하고 피해자들이 '숨는', 불편한 권력관계가 드러났다.

더 실망스러운 건 사건 당사자들의 태도다. 진심 어린 반성이나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어설픈 해명과 진정성 없는 사과로 오히려 피해자들을 두 번 울렸다. 아예 발뺌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잠적해 오히려 사태를 키우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윤택 연출가는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성추행을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위 자체를 부인하냐는 질문엔 "서로 생각이 다른 것 같다. 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강제는 아니었다"고 애매한 화법으로 피해갔다.

조민기의 대처도 실망스럽다. 당초 익명의 게시글 작성자가 폭로글을 게시하자 아예 "명백한 루머"라며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 한 가족의 가장에게, 또한 한 가정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위법행위에 대하여는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를 하고자 한다"고 적반하장 식의 입장을 내놨다. 이뿐만이 아니다. 뉴스 인터뷰를 통해 "가슴을 툭 친 것은 가슴으로 연기를 하라는 뜻이었고, 노래방에서 격려차 안은 적이 있다" "딸 같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하나" "학교의 음해" 등 변명을 늘어놨다. 오히려 이같은 해명은 학생들의 추가 폭로로 확산됐고, 대중의 분노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성추문에 휘말린 일부 배우들과 감독은 해명 없이 뒤로 숨었다. 사실이 아니면 아니라고 떳떳하게 밝히면 되건만, 오히려 꾹 다물고 있는 입이 의혹을 더 키우고 있는 것. 그들이 출연하고 있거나 출연 중인 작품 관계자들만 사실 관계를 파악 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고, 혹여 사태가 커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정의'를 이야기 했던 이들이며, 대중문화계를 움직이는 '거장'들이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무책임한 태도와 어설픈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제2의, 제3의 피해자는 오늘도 계속 나오고 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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