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그 후]페미니즘은 어쩌다 백래시를 불러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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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발언 이전 자기 검열에 시달리는 女 연예인들

[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2018년은 문화예술계가 페미니즘의 거대한 바람을 맞이한 때로 기록될 법하다.

꾸준했던 문제제기가 폭발력을 띤 해였다. 수 년 전부터 영화계에선 여성 중심 서사의 부재와 여성 배우들의 취약한 입지가, 가요계에선 갈수록 평균연령이 낮아지는 아이돌 가수들의 성상품화가, 연예계 전반에선 성상납 비리 및 강요 등의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조이뉴스24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올해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진보적 움직임으로 기록될 여성주의 물결에 주목했다. '미투(Me, Too)' 그 후의 상황 진단, 연예계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적 움직임을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 문화콘텐츠 속 여성의 재현 역시 들여다봤다.

'미투' 이후 성평등에 대한 화두들이 연예계에도 반영돼 주체적 여성 캐릭터가 늘어났고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여자 연예인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권리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여자 연예인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들이 있다.

현재 연예계에서 페미니즘은 아예 금기어처럼 돼버렸고, 까딱하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페미니스트라고 낙인이 찍혀버린다. 배우 정유미가 대한민국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다룬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다고 해서 악성 댓글이 쏟아지는 현상은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심리, 이른바 백래시(Backlash) 현상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페미니즘에 그토록 민감하게 된 이유는 있다. 페미니즘을 내세운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가 본질에서 벗어난 가치들을 내세우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글과 사진들을 올리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에 악영향을 끼쳤다. 또 '미투'와 '무고'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폭로, 홍대 누드 크로키 몰카, 곰탕집 성추행 판결 등이 논란이 되면서 '성평등'이 아닌 '성대결' 형태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그렇다고 해도 여자 연예인들의 말과 행동들을 이렇게 저렇게 짜맞춰 페미니스트라 규정하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과정에 논리나 합당한 비판은 없다.

에이핑크 손나은은 'Girls can do anything(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이라는 문구가 써진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로 몰렸다. 해당 문구는 페미니스트들의 상징으로 통용된다. 당시 손나은은 행사 물품으로 해당 케이스를 받았던 것 뿐이지만 페미니즘 논란에 결국 해당 사진을 삭제해야 했다.

아이린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자신의 사진이 훼손되는 인증샷을 봐야만 했고, 설현은 수지의 SNS에 '좋아요'를 누르고 페미니즘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유아인, 아이유, 유병재 등을 언팔로잉을 했다는 것만으로 페미니스트로 몰렸다. 정유미에게 가해지는 비난 역시 개연성 따위는 없다.

사실 누군가 페미니스트라고 밝힌다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은 없다. 문제가 된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소신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고사하고 베스트셀러 한 권 읽었다고 편히 말할 수도 없고, 개인 SNS의 팔로우를 정리할 때도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 여자 연예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움직임이다. '성대결'이 아닌 '성평등'을 기본 가치로 내세운다. 페미니즘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심리는 남성 우월주의에 기반하거나 페미니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권리가 낮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을 때 생겨난다.

하지만 여자 연예인들에게 유독 가혹한 잣대만 보더라도 여성의 권리는 남성에 비해 억압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투' 이후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극단적 형태의 페미니즘은 경계해야겠지만 무조건적인 반발심리 역시 갈등을 키울 뿐이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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