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본인 우완 투수 카도쿠라 켄(36)이 SK가 내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금 5만달러, 연봉 25만달러. 총액 30만달러에 카도쿠라는 2010시즌에도 비룡군단의 일원으로 당당히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카도쿠라는 올 시즌 개막 후 마이크 존슨의 대체 선수로 SK에 입단했다. 총 28경기에 등판해 8승 4패, 평균자책점 5.00을 기록하면서 그는 SK의 마운드에서 나름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카도쿠라에게 있어 2009년은 아쉬운 한 해였다. 4월 14일 SK에 입단하면서 그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한국야구의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첫 등판인 4월 18일 한화전에서 7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첫 승을 일궈내지 못했고, 이후에도 아쉬운 장면을 많이 경험했다. 또 본인도 초반 두들겨맞으면서 수 차례 진땀을 흘리는 등 매서운 한국타자들에게 고개를 떨군 적도 꽤 있었다.
8승 4패는 용병으로선 수준급 성적이라 할 수 있지만 카도쿠라는 스스로 거둔 성적이 불만족스러웠고, 진한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다.
이에 그는 시즌이 끝나고 거리낌없이 SK 측에 "재계약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에도 구단 측과 연락을 계속했고, 수 차례 구단을 방문하면서 2010시즌 맹투를 약속했다. 결국 SK는 내부적으로 카도쿠라만한 투수를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친화력과 성실성 면에서 A학점을 받은 그와 최종적으로 재계약 방침을 내렸다.
사실 카도쿠라의 재계약은 일찌감치 확정적이었다. SK를 대표하는 한 좌완투수는 "카도쿠라 선수는 재계약할 것 같다. 글로버를 두고 (김성근 감독이) 고민하시는 것 같다"고 슬쩍 귀띔할 정도로 카도쿠라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실력을 떠나 선수단과의 친밀성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플러스 요인이 된 것이다.
일례로 5월 12일 SK는 잠실 LG전서 연장 12회말까지 가는 무박2일의 혈투 끝에 승리를 일궈냈다. 당시 카도쿠라는 연장 12회말 김성근 감독이 투입할 불펜 투수가 없어 고민하고 있자 자진해서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요청했다. 김 감독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에서 용병 투수의 자진등판이 고마울 수 밖에 없었다. 또 이후에도 카도쿠라는 감독의 투수 운용에 군말없이 따랐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
또 그의 한국에 대한 높은 애정도 재계약에 일조했다. 카도쿠라는 평소 한국 야구에 대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고, 항상 진중하게 경기에 임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좋은 나라"라고 언급하며 미소를 지었다. 경기장을 찾은 아내는 항상 취재진에게 인사하며 "남편을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SK 관계자에 의하면, 카도쿠라는 평소 "금전적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본인이 생각했던 것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에 "내년 시즌 다시 SK 유니폼을 입는다면 아직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고 언급까지 했다. SK로서는 이런 그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한국 리그에서 공을 뿌리게 된 카도쿠라. 그가 2010시즌 늦깎이 투혼을 또 한 번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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