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국시리즈가 SK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는 한 선수를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SK의 김재현 얘기다.
김재현은 2010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는다. 2009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자신이 말했던 "2010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겠다"는 약속의 실천이다. 2010년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도 그 생각에는 변함 없어 보였다.
SK 김성근 감독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김재현은 아직 4~5년은 더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애제자가 조금 더 팀을 위해 뛰어주길 바라는 아쉬움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김재현은 2010년 2할8푼8리의 타율에 10홈런 48타점으로 활약했다. 장타율이 4할6푼4리에 이를 만큼 특유의 펀치력도 여전했다. 충분히 몇 년은 더 현역 생활을 이어가도 될 정도의 기량을 보여줬다.
그러나 김재현은 한국시리즈가 펼쳐지던 내내 자신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선수 생활을 오래하는 것도 물론 멋진 일이다. 그러나 힘이 아직 남아 있을 때 물러나는것이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어려서부터 생각해왔다."
김재현의 은퇴 결심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자신의 지론을 실천한 것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주변 사람들은 김재현의 생각을 바꿔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김재현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아쉽지 않냐', '더 해라', '미국에서도 다 번복하고 더 하더라', '후회하지 않겠냐' 이런 말들이다. 하지만 SK에는 내 자리를 채울 선수들이 많다. 내가 지금까지 받았던 특권을 그들에게 넘겨주고 싶다."
김재현의 아름다운 퇴장이 있기까지는 물론 위기도 있었다. 고관절 부상으로 선수 생명에 위기가 닥쳤을 때가 있었다. 김재현은 당시를 16년 선수 생활 중 가장 절박했을 때라고 말했다.
"당시 구단(LG)에서는 나를 '더 이상 안된다, 선수 생활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불명예스러운 은퇴는 싫었다. 때문에 절박한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부상으로 갈등을 겪으며 LG를 떠나온 김재현이지만 친정팀 LG에 대한 사랑도 여전했다. 김재현은 "(LG 팬들은) LG와 SK가 경기하면 LG를 응원하시겠지만, LG에서 사랑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자고 생각해왔다"며 데뷔 후 10년간 몸담았던 팀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선수들은 말보다는 플레이 하나하나로 감동을 주는 것이 좋다던 김재현은 선수생활 마지막 무대인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에서 3타점을 올리며 팀의 첫승에 주역이 돼 MVP를 차지하는 등 좋은 활약으로 팀의 'V3'를 이끌었다.
더 이상 팬들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김재현의 플레이에 감동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그의 '아름다운 퇴장'은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고도 남을 진한 감동을 남겼다.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주는 감동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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