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마무리 투수로 용병 오넬리 페레즈(28)를 영입했다. 8개구단 중 외국인 선수를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뽑은 구단은 지금까지 한화가 유일하다. 그만큼 오넬리의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훌리오 데폴라와 일찌감치 재계약을 끝낸 한화는 당초 남은 한 명의 외국인 선수 자리를 타자로 채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운드 못지않게 타선에도 보강이 절실했기 때문.
그러나 한대화 감독은 "타선에 외국인 선수 한 명 갖다 놓는다고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며 계획을 선회했고 마무리 투수 자리가 가장 큰 구멍이라는 생각에 오넬리를 영입하게 됐다.
한화가 외국인 선수로 마무리 요원을 영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활약한 브래드 토마스가 있었고 멀게는 리처드 워렌(2001년), 레닌 피코타(2002~2003년)가 있었다. 오넬리는 한화의 역대 4번째 마무리 용병이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 외국인 투수가 마무리로 활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성공 가능성 또한 크게 높은 편은 아니다. 때문에 국내 구단들은 마무리보다는 선발 요원의 외국인 투수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한화가 마무리 용병을 영입한데는 이유가 있다. 마무리를 맡아줄 재목이 팀 내에서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한화는 기대주 양훈을 마무리로 낙점했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이 6.46에 이를 만큼 들쑥날쑥한 구위를 선보인 양훈은 4승 5패 8세이브에 그쳤다. 그나마 이길 경기가 많지도 않았던 한화가 승률 관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기량이 만개한 박정진이 마무리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번엔 좌완 계투 요원이 없는 불펜 사정이 발목을 잡았다. 박정진을 마무리로 돌리게 되면 불펜에 쓸 만한 좌완 투수가 남지 않는다. 한화는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선수로 마무리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오넬리가 마무리 투수를 맡는다 해도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화가 최하위를 기록했던 2009년 토마스의 경우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토마스는 좋은 구위임에도 불구하고 승수(46)보다 패수(84)가 월등히 많았던 팀 사정상 마무리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50이닝만을 던지며 13세이브를 올리는데 그쳤다. 그 해 우승팀 KIA의 용병 선발투수 로페즈가 190.1이닝이나 던진 것을 생각해 보면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올 시즌도 2009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약체로 분류되고 있는 한화 전력상 오넬리에게도 세이브 기회는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좋은 구위를 갖고 있다 해도 경기 상황상 등판 기회가 없다면 세이브를 올릴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든든한 마무리가 뒤에 버티고 있는 것은 다른 투수들에게 엄청난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투수진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전체 팀 전력 상승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싼 돈 주고 데려온 외국인 선수다. 벤치에만 앉혀놓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기왕 마무리로 쓰기로 했다면 '9회 등판 마무리'가 아닌 2~3이닝 롱 릴리프도 소화할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한화가 승수를 많이 쌓고 그만큼 오넬리가 세이브도 많이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화는 2년 연속 최하위에서 벗어나 순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어찌됐건 오넬리의 영입으로 올 시즌 전력의 밑그림이 거의 그려진 한화 이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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