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한국 배구계는 요즘 '가빈'이 점령하고 있다. 혼자서 거의 모든 득점을 해결하면서 포스트시즌 삼성화재의 연전연승을 견인하고 있다. 신치용 감독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고만 있어도 충분하다.
삼성화재는 지난 7일 대전충무체육관서 열린 '2010-2011 NH농협 V리그' 대한항공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마저 세트스코어 3-1(22-25 25-22 25-22 25-21)로 승리했다. 홈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거둔 짜릿한 역전승이었고, 대한항공 원정응원단은 삼성화재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침울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날 승리로 삼성화재는 7전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서 먼저 3승 고지에 올라섰다. 적지 인천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쓸어담더니 3차전마저 승리하면서 삼성화재는 이제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정규리그 1위로 날아올랐던 대한항공으로서는 그야말로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이날도 삼성화재의 승리 수훈은 주포 가빈 슈미트였다. 3차전서 가빈은 1세트 5개의 범실과 함께 낮은 공격성공률로 평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2세트 들면서 몸이 풀린 가빈은 거침없이 뛰어올랐고, 대한항공의 수비를 통채로 흔들었다. 결국 가빈은 4세트까지 홀로 43득점이나 올렸다, 공격성공률 56.2%, 공격점유율 65.8%를 기록하면서 팀의 3승째를 이끌었다. 41득점이 공격득점이었고, 73회나 날아올랐다.
때문에 배구팬들은 '가빈화재', '몰빵배구'라고 삼성화재를 일컫기도 한다. 용병 혼자서 모든 득점을 올리고 있는 삼성화재의 공격패턴을 빗댄 말이다.
상대 팀들은 매경기 가빈을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매치업을 총가동했지만, 가빈은 아랑곳않고 블로킹을 뛰어넘는 타점높은 스파이크로 만나는 팀마다 초토화시키고 있다. 세터 유광우가 공만 띄워주면 가빈은 알아서 척척 득점을 올려줬다.
재미있는 대목은 평소 차분하던 가빈이 '원맨팀'이라는 지적에 발끈한 사실이다. 3차전 후 여유있게 웃으며 인터뷰장을 찾은 가빈은 "삼성화재가 원맨팀이라는 말이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진지하게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 난 그런 말을 싫어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평소 싹싹하던 가빈의 태도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장면.
이후 가빈은 "삼성화재는 나 혼자서 하는 원맨팀이 아니다. 배구는 7명(리베로 포함)이 하는 팀 스포츠고, 난 혼자서 리시브를 할 수 없고 토스도 할 수 없다"며 "모두가 코트 안에서 호흡을 맞추고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 질문은 싫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 포스트시즌은 사실상 '가빈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만 1차전 46득점, 2차전 50득점, 3차전 43득점을 꽂아넣었다. LIG손보와의 준플레이오프(3경기 103점)와 현대캐피탈과의 플레이오프(3경기 130점) 득점까지 합하면 가빈은 포스트시즌 9경기서 무려 372점을 성공시켰다. 경기당 평균 41.33점에 이르는 수치다.
가빈은 가공할 만한 득점력으로 상대를 연전연파하고 있지만, 삼성화재가 원맨팀이라는 점을 부정했다. 나머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의 시각에서는 속이 터질 코멘트. 하지만 가빈의 이런 태도는 팀원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가빈화재'를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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