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저연봉 선수를 노렸다…경기 상황까지 조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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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기자] 프로축구에서 터져나온 불법 도박을 통한 승부조작은 이미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게 받아들여진다.

지난 2008년 아마추어 K3리그(현 챌린저스리그) 선수 2명이 중국 사기도박 일당에게 수백만원대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중국 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고용한 국내 브로커들에게 매수돼 승부를 조작한 것이다.

승부조작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격수의 경우 골 찬스에서 허공으로 슈팅을 하거나 페널티킥을 일부러 실축하는 것이다. 수비수나 골키퍼의 경우 상대 공격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척하다 밀려나 기회를 제공하거나 슛을 막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멍하니 바라보는 방식 등이 동원된다.

사설 도박의 유형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는 똑같다. 전직 브로커 활동을 했던 한 인물에 따르면 K리그 승부조작은 선수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민구단과 연봉 5천만원대 이하 선수들을 노렸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브로커 활동을 했던 이는 2008년 사태 당시 단순 알바 형태로 일을 했던 인물. 그에 따르면 브로커는 K리그 선수 리스트를 살핀 뒤 드래프트에서 낮은 순위로 들어온 선수들에게 조용히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탄탄한 모기업이 있는 구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시민구단 선수들을 노렸다. 연봉 1천2백만원의 번외지명이나 연습생으로 구단 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주 대상이다. 정규리그보다는 컵대회나 FA컵 등에 이들의 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해당 선수가 현금을 앞세운 브로커의 제안에 빠져들게 한 뒤 다른 선수를 티나지 않게 포섭하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할 선수를 은밀히 끌어들인다. 이들은 첫 번째 골을 넣는 시간, 최종 득점수 등 다양한 베팅 방식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인다. 쉽게 상대를 공략할 수 없어 승부조작이 여의치 않을 것에 대비해 상대팀 선수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대포폰'으로 경기 상황에 대해 조언

브로커들은 선수가 승부조작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에 대비해 경기 당일 경기장을 찾아 관전한다. 전반전이 끝난 하프타임에 대포폰을 통해 문자메시지로 상황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장황한 설명은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숫자 1, 2등의 형식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이를테면 '1=잘하고 있다'는 식이다. 물론 선수와는 메시지 내용을 놓고 사전에 조율한다. 해당 선수가 동료에 들키지 않게 자연스럽게 문자를 확인하는 행동이 뒤따른다고 한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선수들의 차량 트렁크에 현찰 5만원권 묶음을 가방 등에 넣어 전달한다. 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만 사용하며 주로 야간이나 새벽에 현금 수송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거 승부조작 파문이 있었음에도 확실하게 뿌리 뽑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K3리그 사태 발생시 경기 상황 전달 등 단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활동했던 인물들이 이후 브로커로 성장해 K리그 승부조작에까지 가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행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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