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노경은(두산)이 데뷔 9년 만에 인정을 받고 기회를 잡았다. 속칭 '땜빵' 출전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한 등판인 터라 더욱 의미가 깊다.
노경은은 21일 사직 롯데전에서 2-3으로 팀이 바짝 추격하던 7회말 선발 이용찬(6이닝 3실점)의 바통을 이어받아 등판, 8회말까지 2이닝을 퍼펙트로 소화했다. 이에 보답하듯 두산 타선은 8회초 3-3 동점을 만들었고, 9회초 3점을 뽑아내 6-3으로 역전승을 했다. 노경은에게는 구원승의 행운이 돌아왔다.
7회말 전준우(1루수 파울플라이)-김주찬(삼진)-손아섭(우익수 플라이)을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돌려세운 노경은은 8회말에도 이대호(중견수 플라이)-장성우(삼진)-홍성흔(삼진)을 내리 솎아냈다. 롯데의 1번부터 6번까지를 완벽하게 잡아내면서 막판 짜릿한 역전승의 토대를 닦은 셈이다.
노경은은 화곡초-성남중-성남고를 거쳐 2003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우완투수다. 이미 중고참 선수가 됐지만, 사실 그간의 활약상은 미약했다. 2003년 입단 후 2004년부터 여러 악재로 마운드를 떠난 그는 2007년 다시 돌아왔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머물렀다. 가끔씩 잠실로 올라와 공을 뿌렸지만 늘상 기대에 미치지 못해 다시 이천행 짐을 싸야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특히 코칭스태프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노경은의 자신감은 넘친다. 기용하는 투수에 대해 "고육지책은 없다. 믿으니까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김광수 감독대행의 말처럼 노경은은 팀내에서 구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평소 말을 아끼는 조계현 투수코치도 "공이 좋아졌다"고 칭찬을 했고, 김경문 전 감독조차 미국으로 출국 전 "(노)경은이가 참 좋아졌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노경은의 구속 자체가 증가했다. 145km 이상을 꾸준히 뿌릴 수 있게 되면서 스스로의 공에 믿음을 갖게 됐다. 동시에 코칭스태프로부터 신뢰를 얻으면서 노경은은 이제서야 마운드에서 피해가지 않고 승부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김광수 감독대행은 향후 노경은을 불펜 승리조로 기용할 계획까지 살짝 내비쳤다. 임태훈의 공백과 이에 따라 부하가 걸린 불펜진에 노경은은 얼마나 큰 힘을 보탤 수 있을까. 노경은이 지친 두산 불펜진의 '비타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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