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군산상고 레전드가 역시 '역전의 명수'임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22일 저녁 7시부터 서울 목동구장에서는 1976년 당시 역전의 용사들이 모여 한판 승부를 벌였다. 1976년 치러진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 경기를 모티브로 35년 만에 경남고-군산상고 간의 레전드 리매치가 열린 것. 당시에는 경남고가 군산상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예전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경남고와 군산상고 OB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플레이를 펼쳤고, 그 결과 군산상고가 후반 뒷심을 발휘하면서 7-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전 훈련에 임한 양 측 레전드들은 "재미있게 경기를 하자"고 서로 인사를 나눴지만, 정작 그라운드에 서자 180도 달라졌다. 예전의 추억은 온데간데 없고 양 측 노장 선수들은 진땀을 흘리면서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경남고가 1회초 2사 후 박재찬의 우전안타와 오기봉의 볼넷으로 2사 1, 2루를 만든 뒤 김용희가 좌익수 방면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 선취점을 올렸다. 기세를 잡은 경남고는 이후에도 3회초 오기봉의 좌전 1타점 적시타, 4회초 박광율의 좌중간 1타점 적시 2루타로 점수를 보태 4-0으로 크게 앞섰다.
하지만 군산상고도 녹록지 않았다. 패배를 용인할 수 없다는 듯 수시로 타자를 교체하던 군산상고는 5회말 단숨에 4점을 뽑아내 동점을 만들었다. 석수철의 좌익수 방면 1타점 적시타와 이광우의 우익선상 1타점 적시 2루타가 터져나와 2점차까지 쫓아간 군산상고는 이어진 2사 2, 3루서는 강희석의 땅볼 때 유격수 악송구가 나와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한순간에 4-4 동점.
결국 승부는 실책으로 엇갈렸다. 군산상고의 6회말 공격 1사 1, 2루에서 이광우의 2루 땅볼 때 유격수 신일호의 공을 받은 2루수 백홍문이 1루로 악송구를 해 2루 주자가 홈을 밟은 것. 이후 박진석의 적시타와 박종철의 내야 뜬공에 포구 실책까지 이어지면서 군산상고는 7-4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어설픈 수비와 실책성 플레이가 잇따랐지만, 그라운드에 나선 레전드들은 시종일관 진지했다. 와중에 경남고가 7회초 박재찬의 중전 1타점 적시타로 막판 추격점을 올렸지만, 후속타 불발로 재역전에는 성공하지 못했고, 군산상고가 승리를 차지했다.
이날 양 팀 선발은 2이닝씩 소화하면서 탐색전을 펼쳤다. 경남고는 박보현(현 두산 매니저), 군산상고는 조계현(현 두산 코치)이 등판해 각각 2이닝 무실점, 2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특히 박보현은 최고 130km 직구를 꽂아넣어 선배들을 놀라게 했다.
허구연 경남고 감독과 나창기 군산상고 감독은 경기 중반에 이르자 상황에 따라 투수들을 잇달아 교체하면서 끝까지 총력전을 펼쳐 더욱 재미있는 승부를 연출했다.
다만, 승패는 엇갈릴 수밖에 없었고, 군산상고 레전드들이 경남고의 수비실책을 파고들어 뒷문을 허물면서 35년만에 과거의 아쉬움을 설욕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양 측 레전드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나와 인사를 나눴고, 축제의 밤을 만끽했다.
한편, 경남고가 낳은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이날 출전하지 않고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최동원은 "성격상 친선경기지만 그냥 장난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다. 다부지게 해보려고 안보는데서 연습하다가 순간적으로 허리가 안좋아져서 오늘은 무리"라며 "장난스럽게 보일 경우 이치에 맞지 않아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군산상고 홈런왕 김봉연은 1회말 볼넷 한 개를 골라낸 뒤 4회말 투수로 오른 정명원과 교체돼 왕년의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이외에도 경남고 유격수 4번타자로 출장한 오기봉은 만 60세로 최고령 내야수로 동료들의 박수를 받았다. 군산상고 김성한은 특유의 오리궁둥이 타법을 보여줘 관중들의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나창기 감독은 후반 직접 출장했지만 잇단 실책으로 실점 위기를 자초해 팀원들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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