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만의 3연승', 어디서 본 듯한 LG의 4강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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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기자] 어딘가 닮아 있는 추격전이다. 4위 SK 와이번스를 쫓는 5위 LG 트윈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LG는 3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박현준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4-3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달렸다. 지난 5월19일 광주 KIA전부터 22일 잠실 롯데전까지 3연승을 기록한 이후 정확히 100일만에 맛보는 3연승이다.

이날 승리로 LG는 4위 SK와의 승차를 4.5경기로 좁히며 남은 경기에서의 극적인 뒤집기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4위를 추격하고 있는 분위기가 낯설지 않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추격전이다. 얼마 전 '추격자'였던 롯데가 '도망자'였던 LG를 쫓던 것과 분위기가 아주 비슷하다.

6월부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전반기만 해도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5위권 팀들과의 승차도 꽤 컸고, 주춤하던 팀 성적도 곧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시작과 함께 4위 자리를 상승세의 롯데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리고 승차가 계속해서 벌어지며 사실상 9년만의 가을잔치는 다시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변수가 등장했다. SK의 추락이 그것이다. SK는 김성근 감독이 경질되면서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만수 감독대행 체제 아래서 3승7패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최근 4연패다. 이 사이 LG는 100일만의 3연승을 달리며 승차를 서서히 좁혀가고 있다.

지난주 주중 3연전에서 LG가 넥센에 스윕을 당하고, SK가 두산에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가져갈 때만해도 두 팀의승차는 8경기까지 벌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4.5경기 차. 보통 현장 지도자들은 3경기의 승차를 좁히는데 한 달이 걸린다고 하는데, 3.5경기의 승차를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따라잡아 버린 것이다. 얼마 전 추락하던 LG의 모양새와 비슷하다.

4.5경기의 승차. 물론 큰 격차다. 하지만 양 팀의 하락세와 상승세가 맞물린다면 결코 멀기만 한 승차도 아니다. LG의 무서운 하락세와 롯데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만나 순위 역전을 가져왔던 것처럼 극적인 뒤집기는 가능성이 작지 않은 시나리오다. 당시 LG도 '설마 뒤집어지겠어'라는 생각을 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LG의 전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뒤집기 4강행은 희망적이다. 최근 LG는 기존의 탄탄한 선발진에 트레이드 영입한 마무리 송신영이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부상병들이 돌아오며 선수층이 두터워진 것은 물론, 타선의 집중력도 살아나고 있다. 시즌 초반 맹위를 떨치던 LG의 전력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LG가 SK를 끌어내린다면 이는 올 시즌 SK에게 진 빚을 되갚는 것이기도 하다. LG는 SK에게 당한 결정적 두 번의 패배로 부진의 늪에 빠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

첫 번째가 소위 '6·17사태'로 불리는 경기. 6월17일 잠실구장에서 LG는 4-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에만 5점을 내주며 4-6으로 통한의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신인 임찬규는 무려 5개의 볼넷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며 5연패에 빠진 LG는 뒷문 보강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8월3일 문학경기다. 전날 넥센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송신영의 세이브로 승리를 지켜냈던 LG는 9회말 송신영이 이호준에게 끝내기 역전 투런포를 얻어맞으며 4-5 패배를 당했다. '수호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송신영이 승리를 지켜내지 못해 충격은 2배였고, 이날 패배로 5위로 내려앉은 LG는 이후 다시는 4위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올 시즌 두 팀의 남아 있는 맞대결은 6번. 승차가 요동칠 가능성은 여전하다. 쫓는 LG와 쫓기는 SK. 끝난 것 같았던 LG의 4위 싸움이 이제는 상대를 바꿔 펼쳐지고 있다. LG가 롯데에게 당한 뒤집기를 SK를 상대로 재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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