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 2011년 11월15일.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5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레바논 참사'라 불릴 만큼 레바논전 패배는 한국 축구를 심하게 흔들었다. 이로 인해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경질됐고, 후임 감독 선임 논란으로 한국 축구는 방황했다.
'레바논 참사'가 있은 지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한국은 레바논에 설욕할 기회를 맞이했다.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지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한국은 레바논과 일전을 치른다.
7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레바논. '레바논 참사' 때와 현재 한국 대표팀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사령탑이 조광래 감독에서 최강희 감독으로 바뀌었고 몇몇 선수들이 새롭게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결정적 차이가 있다. 7개월 전과 지금 대표팀의 극명한 변화. 바로 구자철(23, 아우크스부르크)이다.
레바논 참사 당시 구자철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선발 출전한 구자철은 0-1 상황에서 한국의 동점골을 페널티킥으로 성공시켰다. 하지만 구자철은 전반 31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저지르며 레바논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것이 레바논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잡을 수 있었던 결승골로 연결됐다.
페널티킥을 내준 것보다 더욱 큰 구자철의 문제는 정상정인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구자철은 소속팀 볼프스부르크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단 한 골도 신고하지 못하며 침묵했다. 이런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구자철의 자신감, 경기 감각 등은 최악으로 떨어졌다.
당시 구자철의 하락세는 대표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레바논전 당시 구자철은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레바논에 당한 치욕적인 패배를 그라운드에서 지켜봐야했다. 구자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구자철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7개월이 지난 지금, 구자철은 확 달라졌다. 당 레바논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2011~12시즌 중반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됐고, 이후 하늘 높이 비상했다. 구자철은 5골1도움을 올리며 임대의 전설을 써내려갔다. 팀을 강등권에서 탈출시키는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찾은 경기 감각과 자신감을 안고 구자철은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레바논전 패배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구자철이기에 다시 만난 레바논전에 대한 의지와 열정은 그 누구보다도 크다. 이번 레바논전에서 구자철은 '레바논 참사' 때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내려 한다. 그리고 완벽하게 설욕하려 한다.
구자철은 "월드컵 최종예선은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준비할 것이다. 이제는 골을 넣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당연히 골을 넣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대표팀의 득점을 책임지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7개월 전 레바논전에도 구자철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레바논전에도 구자철은 그라운드에 나선다. 레바논은 7개월 전의 구자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180도 다른 구자철이다. 현재 컨디션이나 능력은 완전히 다른 구자철이다. 이번에는 '진짜' 구자철이 레바논을 상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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