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안타를 나타내는 전광판 기호 H에는 여전히 0이라는 숫자가 켜져 있었다. 지난 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넥센 선발 김병현은 6회까지 노히트 경기를 했다. 6회 한화 공격이 끝났을 때의 안타수는 0개였다.
김병현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가 조금 많았지만 3이닝만 더 던질 수 있다면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 달성 가능성도 있었다.
한화의 선두타자 김태완은 2볼 2스트라이크에서 김병현이 던진 6구째에 방망이를 돌렸다. 약간 밀린 타구는 우익수 쪽으로 갔다. 평범한 뜬공이었다. 우익수 유한준이 공을 잡기 위해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유한준이 공을 쫓다 그만 넘어졌다. 유한준은 급한 마음에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타구는 바로 앞에 떨어졌다. 기록원은 실책이 아닌 안타를 줬고 김병현의 노히트 행진은 거기서 일단락됐다.
첫 안타를 내주고 긴장이 풀린 탓인지 김병현은 이후 흔들렸다. 볼넷 2개와 추가 안타를 허용해 실점한 뒤 이정훈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왔다. 이정훈이 최진행에게 적시타를 맞아 김병현이 내보낸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자책점이 3점이 됐다.
결국 넥센은 5-3 승리를 거뒀고, 김병현은 6이닝 3실점 기록으로 승리투수가 돼 시즌 2승째를 올렸다. 그런데 유한준은 고개를 숙였다. 김병현의 노히트 호투 흐름을 자신의 수비 하나로 그르쳤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당시 넥센이 7회까지 5-0으로 리드해 점수 차에 여유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박빙의 승부였다면 그 안타 하나로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김병현은 의기소침해진 후배를 다독였다. 실책성 수비로 첫 안타를 내줬을 때 김병현은 마운드 위에서 씩 웃었다. 괜찮다는 의미였다.
유한준은 "타구 위치는 잡았었다"면서 "그런데 발이 그만 미끄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한준이 7회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자 김병현이 먼저 다가와 '괜찮으니까 힘내라'며 격려를 해줬다. 유한준은 그런 선배가 더 고마웠다.
유한준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신고 있던 스파이크를 바꿨다. 안 좋은 기억을 떨치기 위해서다. 그는 "미련없이 버렸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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