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우리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많긴 하네요."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이런 얘기를 꺼냈다. 두 팀은 바로 전날 송신영, 신재영-지석훈, 이창섭, 박정준 등 5명의 선수를 2대3으로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했다.
넥센과 NC는 이번 주말 3연전을 치르고 있다. NC는 트레이드 당일이던 18일 지석훈과 박정준을 곧바로 1군 엔트리에 넣었다. 두 선수는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출전했다. 19일 목동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각각 좌익수와 2루수로 선발출전해 불과 이틀 전까지 자신의 소속팀이었던 넥센을 상대했다.
그런데 이날 NC 선발투수도 이전 넥센 유니폼을 입었던 이태양이었다. 그는 청주중과 청주고를 나와 지난 2011년 입단했다. 언더핸드 투수인 이태양은 기대주로 꼽혔다. 하지만 넥센에서 보낸 두 시즌 동안 그는 1군에서 고작 9경기에 출전,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19에 그쳤다.
이태양은 신생팀 NC가 지난해 말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을 통해 넥센에서 데려가며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두 시즌 동안 뛰었던 팀을 떠나는게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그는 지난 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오랜만에 다시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 당시 그는 1이닝을 소화하며 18구를 던졌다. 몸에 맞는 공 하나를 허용하긴 했지만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깔끔하게 막았다.
하지만 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혼쭐이 났다. 3.1이닝 동안 8피안타 4실점(4자책점)했다. 뜨거운 맛을 본 이태양은 곧바로 안정을 찾았다. 13일 마산 SK 와이번스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82구를 던지며 4사구 3개를 허용했지만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프로 데뷔 첫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태양은 19일 넥센전에 또 선발로 출전했다. 그는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같은 유형의 투수이자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거친 스타 김병현(넥센)과 선발 맞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태양은 이날 친정팀 타자들을 상대로 4사구 6개를 내주긴 했지만 8이닝 동안 115구를 던지며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NC는 올시즌 개막 이후 이날까지 아담 윌크와 에릭 해커가 7이닝을 소화한 적이 있지만 이태양은 이들을 뛰어 넘어 NC에서 한 경기 최다 이닝 투구를 기록했다.
이태양은 0-0으로 맞서고 있던 9회말 노성호와 교체됐다. 동점에서 물러나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팀도 9회말 넥센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0-1로 아깝게 졌다. 하지만 그는 NC 김경문 감독과 친정팀 넥센 염경엽 감독 모두의 인상에 남을 만한 빼어난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이태양은 이날 넥센과 경기가 끝난 뒤 "친정팀이라서 의식을 안한 건 아니다"라며 "넥센 타자들이 어제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정말 잘 쳐서 그런지 오늘은 타격감이 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포수인 김태우와 처음 배터리를 이뤘는데 잘 된 것 같다"며 "체인지업이 잘 들어갔다. 앞으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경문 감독도 "오늘은 (이)태양이가 정말 잘 던져줬다"고 말했다. 이날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인 넥센 박병호도 "이태양의 변화구에 우리 타자들이 철저하게 당했다"며 "커브와 슬라이더가 좋았다"고 얘기했다.
NC는 넥센에게 패해 4연패에 빠졌지만 분명한 수확은 있었다. 팀 마운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이태양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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