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숙소에 가자마자 뻗을 것 같다."
SK 박정권은 27일 목동 넥센전 종료 후 흙이 잔뜩 묻은 유니폼을 흐뭇하게 내려다봤다. 도루 시도를 하느라, 출루 후 상대 견제구에 슬라이딩 귀루를 하느라 박정권의 유니폼에 '영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그는 "유니폼이 이렇게 더러운 적이 별로 없었다"며 웃었다.
최근 박정권의 활약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타격은 물론 수비와 주루도 악착같이 소화한다. 성적은 최고다. 4월 타율 2할2푼리(36타수 8안타), 5월 2할3푼7리(38타수 9안타)로 부진했던 박정권은 6월 들어 타율 3할1푼1리(61타수 19안타) 24타점으로 타격 성적이 수직 상승했다. 이 기간 리그 최고 타점 기록이다. 5월까지 단 2개였던 홈런도 6월 들어 5개로 크게 늘었다.
부진 탈출 시기는 명확했다. 지난 16일 광주 KIA전에서였다. 박정권은 "타석에 섰는데 '이거다' 싶었다. 그동안 그렇게 안 보였던 공이 어느 순간 보이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박정권은 이날 홈런 두 방을 날리며 4타점을 올렸다. 다음 경기였던 19일 문학 삼성전에서는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그는 "그동안 공을 보는 시간이 짧아 결과가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을 오래 보면서 선구안이 좋아지고, 장타력도 덩달아 올라갔다.
상승세는 꾸준했다. 27일 넥센전에서도 선제 스리런포를 날리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최정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뒤를 받치는 4번타자 박정권의 활약 덕분에 큰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최정을 넘으면 박정권이 기다리고 있어 상대 투수는 피해 갈 곳이 없다. 박정권은 "그동안 (최)정이가 꾸준히 잘해줬다. 나는 이제 시작이다. 안타 하나를 치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배팅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정과 한동민, 김상현, 이재원을 거쳐 박정권이 SK의 새 4번 타자로 낙점됐다. 그는 "타순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공 하나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끔 내가 4번이라는 것을 깜박할 때도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SK는 지난 주말부터 롯데와 넥센을 상대로 연속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박정권뿐 아니라 정근우와 김강민 등 주전 선수들의 타격감이 동시에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우승 멤버'의 활약으로 SK의 순위 경쟁도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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