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동료가 생겼다는 것, 의지할 수 있는 팀이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
정영일(25)이 국내 프로 무대에서 뛰게 됐다. SK 와이번스는 26일 열린 2014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5라운드 전체 53순위로 정영일을 지명했다. 정영일의 이름이 호명되자 장내가 술렁였다.
대구에 있는 동생(삼성 정형식) 집으로 가던 길. 정영일은 어머니와 차 안에서 지명회의 생중계를 지켜봤다. 늦은 오후, 다시 광주로 돌아오는 동안 수많은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정영일은 "오랜만에 이런 축하를 받아본다. 어머니도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라"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명 당시 너무 놀라 아무 생각도 안 났다"던 정영일은 광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어서 팀에 합류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앞으로 힘든 일도 있겠지만, 그동안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정영일이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진 것은 지난 6월 일본에서였다. 정영일은 귀국 후 모교인 광주 진흥고에서 몸을 만들어왔다. 오전에는 등산, 오후에는 투구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스케줄이다. 7시간 동안 이어지는 훈련을 매일 소화했다. 그는 "프로 선수보다 훈련량이 적어 체력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아픈 곳은 없다"고 말했다. 민경삼 SK 단장은 "하루빨리 팀에 합류해 메디컬 체크를 받고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영일은 진흥고 졸업 후 LA 에인절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팔꿈치 수술 후 2011년 방출 통보를 받았고, 이후 고양 원더스,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한국 프로구단에 등록하지 않고 외국 구단에서 활동한 선수는 2년간 한국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한국야구위원회 규정 때문에 국내 프로팀 입단을 위해 그동안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운동선수 신분이긴 하지만 코치도, 목표도 없었다. 모든 것을 혼자 견뎌내야 했다." 역경 속에서도 '야구'가 정영일의 손을 이끌었다. 그는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팀이 없던 2년 동안 포기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야구밖에 없다. 기회가 생기길 바랄 뿐이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만약 이번 고비를 못 넘겼다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드래프트에 내 모든 것을 걸었다." SK에 지명을 받으며 드디어 재기의 기회를 얻은 정영일은 "동료가 생겼다는 것, 의지할 수 있는 팀이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정영일은 "다른 생각은 없다. 팀에 잘 녹아들고, 프로 선수답게 몸을 만들겠다는 생각뿐이다. 신인의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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