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스트 박지성' 김보경(24, 카디프시티)에게서 진짜 박지성의 향기가 진하게 나기 시작했다.
김보경은 지난달 31일 밤(한국시간) 영국 웨일즈 카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에버턴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3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다. 카디프시티는 0-0으로 비겼다.
김보경의 팀내 존재감은 여전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2라운드에서 선제골에 놀라운 드리블로 기여했던 김보경은 이날 에버턴을 상대로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카디프의 중심임을 확인시켜줬다.
사실 김보경은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충분히 기량을 인정 받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왜소한 체격으로 상대와의 경합을 이겨낼 수 있을지, 속도전을 펼치는 프리미어리그 스타일을 이식할 수 있을지, 이런저런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보경은 스스로 영리하게 이겨냈다. 맨시티전이 공격 재능을 보여준 경기였다면 에버턴전은 수비 능력까지 과시하며 공수 겸양이 가능함을 알려줬다. 전반 20분 시무스 콜먼과의 볼 경합에서 우세를 보이며 파울을 유도했고 36분에도 로스 버클리보다 먼저 볼을 잡아 경고를 이끌어냈다. 또, 체격이 좋은 마루앙 펠라이니와의 경합에서도 밀려나지 않으며 적극성을 보여줬다.
공격 루트 제조도 좋았다. 후반 16분 역습 상황에서 수비수 두 명 사이로 절묘한 전진 패스를 했다. 크레이스 벨라미의 볼 트래핑이 길지 않았다면 골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을 정도로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김보경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사실상 공격 전포지션을 소화하며 맥을 잡는데 애를 썼다. 말키 맥케이 감독이 부여한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려는 인상이 강했다. 공격에서 수비로 복귀하면서는 중앙과 측면 가리지 않고 발도장을 찍었다.
현지 언론은 김보경에게 무난한 평가를 내렸다. 골닷컴 영국판은 5점 만점에 4점을 주며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반며 스카이스포츠는 5점을 줬다. 팀 내 최고 평점이 6점이었으니 나쁘지 않은 평점이다.
골닷컴의 평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역습 찬스에서 항상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어떤 몸싸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카디프 공격에서 최고의 선수였다. 단단한 활약을 펼쳤다"라고 칭찬했다. 박지성이 전성기 때 늘 들었던 평가와 유사했다. 상대의 몸싸움에서 밀려 넘어지면서도 볼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았던 것도 똑같았다.
아직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김보경의 프리미어리그 안착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다만, 세트피스 등에서 볼이 흘러나왔을 때의 슈팅 정확도와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완성하는 것이 숙제로 떨어졌다. 또, 패스 정확도를 더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지성도 맨유 입성 후에는 비슷한 지적을 들었다. 더욱 기대감이 높아져가고 있는 김보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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