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요."
리그 최고의 강속구에 두 차례나 직격당한 SK 와이번스 최정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최정은 3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발 레다메스 리즈에게 두 차례나 사구로 출루했다. 두 번째 몸에 맞는 공에서는 마운드로 돌진하려는 행동을 취하는 등 이례적으로 과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리즈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다음날인 4일 잠실구장 원정팀 라커룸. 그 앞을 지나가던 LG 투수 정현욱이 최정을 발견했다. 전날 사구가 생각났는지 정현욱은 "괜찮냐. 혹시 바람 소리 안 나던?"이라고 농담을 섞어 후배의 안부(?)를 물었다. '바람 소리'라 함은 리즈의 강속구를 설명하는 정현욱의 비유였다.
정현욱의 걱정에 최정은 웃는 얼굴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요"라고 대답했다. 최정 역시 농담을 다소 보태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최정은 '사구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대 투수의 공에 맞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9년부터 올 시즌까지는 무려 5년 연속 20사구 이상을 기록했고, 통산 사구 순위에서도 141개로 6위에 올라 있다. 최정의 연차를 생각하면 엄청난 페이스다. 지난 2009년, 2011년 사구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 시즌 역시 21개의 사구로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그런 최정에 대해 같은 팀 사령탑 이만수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최정은 나보다 분명히 한 단계 위의 선수"라며 "타격 폼 자체가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한국 선수들은 바깥쪽 발을 빼면서 공을 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타격 폼이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나도 많이 맞아봤지만 맞을 때의 통증은 머리가 아니면 참을 만하다"라며 "정작 문제는 몸 쪽으로 공이 날아오는 순간의 공포"라고 말했다.
이 감독의 말대로라면 최정은 공이 몸을 향해 날아오는 순간의 공포를 극복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의 말처럼 '생명의 위협'까지도 넘어서고 있는 것. 최정이 최고의 타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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