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히든카드, '제2의 장병철·신으뜸'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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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반전용 조커, 주전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 담당

[류한준기자]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 선수 교체다. 농구의 식스맨, 야구에서 대타와 대주자 활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배구는 농구, 야구와 달리 이런 교체 요원을 따로 가리키는 말은 없지만 결정적일 때 코트에 교체 투입돼 분위기를 바꾼 선수들이 있었다.

장기레이스로 치러지는 정규리그와 달리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처럼 단기전 승부에는 교체 선수의 비중이 높아진다. 남자 프로배구에서 'V9'을 노리고 있는 삼성화재는 그동안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 가빈 슈미트(캐나다) 레오(쿠바) 등 해결사 노릇을 맡은 외국인선수 비중이 절대적으로 컸다. 그러나 히든카드로 기용된 선수들의 활약도 쏠쏠했고, 그들이 팀 우승의 밑받침이 됐다.

기억나는 대표적인 '히든카드'가 바로 장병철(은퇴)과 신으뜸(우리카드)이다. 장병철은 현역선수 시절 같은 포지션에서 뛰었던 김세진(현 러시앤캐시 감독)과 외국인선수 때문에 상대적으로 코트 출전 시간이 적었다. 그러나 장병철은 지난 2007-0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제 몫을 했다.

당시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3연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리즈 전체 분수령이 된 1차전에서 장병철의 활약은 빛났다. 그는 1차전에서 안젤코와 함께 선발 멤버로 투입됐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안젤코를 레프트로 돌려 손재홍(IBK 기업은행 수석코치)과 짝을 이루게 했다. 대신 석진욱(러시앤캐시 수석코치)의 휴식시간을 늘렸다. 또한 매 세트 선발 오더를 정할 때 장병철의 활용도를 높였다.

장병철은 석진욱, 안젤코와 번갈아 가며 코트에 나와 8점을 올렸다. 많지 않은 득점이었지만 고비마다 알토란같은 공격을 성공시켜 팀 분위기를 드높였다. 당시 삼성화재는 1세트를 현대캐피탈에 먼저 내줬지만 이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첫 경기 승리를 거둬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장병철은 2008-09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삼성화재가 2승 1패로 앞서고 있던 4차전, 장병철은 안젤코를 대신해 2세트에 코트로 나와 분위기 반전 카드로 짭짤한 활약을 했다.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에게 1세트를 18-25로 먼저 내주고 있었다.

삼성화재는 시리즈 전적에서 현대캐피탈에게 앞서고 있었지만 4차전을 내줄 경우 2승 2패로 동률이 되기 때문에 마지막 5차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신 감독은 2세트 안젤코를 빼고 장병철을 투입했다. 그는 벤치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장병철은 2세트에서만 10점을 올렸고 삼성화재는 25-20으로 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결국 삼성화재는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현대캐피탈을 따돌리고 또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2010-11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선 신으뜸이 이런 역할을 했다. 신으뜸은 대한항공과 치른 1차전부터 선발로 나왔다. 당시 삼성화재는 석진욱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손재홍도 시즌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레프트 전력이 예전같지 않았지만 신 감독은 신으뜸으로 약점을 잘 메웠다.

삼성화재에는 가빈이라는 확실한 옵션이 있었지만 신으뜸도 공격과 수비에서 깨소금 노릇을 톡톡이 했다. 상무(국군체육부대)를 전역한 뒤 소속팀으로 복귀한 지난 시즌에도 그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출전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교체 카드로 제 역할을 했다. 신 감독도 2010-11시즌과 2012-13시즌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신)으뜸이가 제 몫을 해준 부분이 컸다"고 칭찬했다.

신으뜸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를 떠났다. 오프시즌 동안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한 이강주의 보상선수로 우리카드로 갔다. 삼성화재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4시즌 만에 다시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만났다. 제2의 장병철과 신으뜸같은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류윤식, 고준용, 김정훈 그리고 신인 구본탁과 김명진이 히든카드 후보로 꼽힌다.

2006-07시즌 이후 7년 만에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현대캐피탈도 마찬가지다. 주전 외에 백업으로 코트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송준호, 박주형, 김재훈 등이 조커 노릇을 해줘야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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