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 최단신은 축구협회 명단 발표상 174㎝의 박주호(마인츠05)다. 그 다음이 177㎝의 이근호(상주 상무)다. 그런데 비공식적으로 이근호가 최단신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홍명보호는 20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 페드로 바소 훈련장에서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전을 준비하기 위해 훈련을 실시했다. 러시아와의 1차전을 비긴 뒤 확실히 선수단 분위기가 달라졌다.
훈련 과정에서는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신장에 따라 일렬로 세운 뒤 세 그룹으로 나눠 미니게임을 진행하려고 했다. 당연히 196㎝인 최장신 김신욱이 가장 앞에 섰고 나머지 선수들도 문제없이 자기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맨 마지막이 문제였다. 얼추 비슷하게 보이는 이근호와 박주호가 서로 자신이 크다며 옥신각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의 선수들은 "대충 서라"라며 소리를 쳤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결국, 홍명보 감독이 직접 다가가 이들의 머리 위에 손을 대고 신장을 비교했다. 당연히 이근호가 좀 더 높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 싸움의 힘에서 밀린 이근호가 꼴찌가 됐다. 뒤에서 두 번째가 된 박주호는 의기양양하게 기뻐했고 끝자리로 밀린 이근호는 기가 막히다는 듯 박주호를 쳐다보더니 결국 현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이 와중에 최종 승자는 따로 있었다. 세 번째로 서 있었던 김보경(카디프시티)이었다. 김보경의 공식 신장은 178㎝로 이근호보다 1㎝가 더 크다. '도토리 키재기' 시비에 휘말리지 않은 김보경은 여유롭게 이들의 다툼을 지켜보며 껄껄 웃었다.
작은 소동이었지만 신장을 둘러싼 둘의 시비는 대표팀의 분위기가 확실하게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날 대표팀은 입때껏 훈련 중 가장 시끄럽게 떠들었다. 훈련 내내 웃음꽃이 만발할 정도였다. 누구나 바라는 즐거운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홍명보호가 알제리전을 즐겁게 준비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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