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91일, 우리가 몰랐던 김정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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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 앨범 '5091' 발표 "성공 욕심 내려놨다"

[이미영기자] 배우 김정훈이 7년 만에 가요계에 컴백한다. 새 앨범 타이틀은 '5091'. 앨범 발매일인 7월3일, UN으로 데뷔한지 꼭 5091일째 되는 날이다.

데뷔 15년차 김정훈. UN의 보컬이었고, '엄친아'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서울대 의대생의 수재 이미지와 꽃미남 이미지가 교차했다. "엄친아 이미지를 떼기보다 다른 색깔을 덧입히고 싶었다"는 그는 가수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드라마 '궁'을 통해 '아시아 프린스'라는 별명도 얻었고, 그 사이 군대도 다녀왔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달려온 15년이었다.

오랜만에 새 앨범 '5091'을 발표한다. 2000년대 함께 활동했던 가수들의 컴백 대열에 편승하고자 한 것도 아니고, 성공을 쫓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다. 그는 "팬들과의 교감이 첫째고, 스스로의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음악방송서 선배 대접 불편, 공포증 생겼죠"

김정훈이 국내에서 음악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2007년 5월 솔로앨범 발매 이후 7년 만이다. 지난 2012년 리메이크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별다른 활동은 하지 않았다. 연기와 해외 활동에 주력하던 김정훈은 왜 가수로 컴백했을까.

김정훈은 "지금은 연기를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노래 부르는 것이 제 주업이었다. 지금의 소속사와 재계약을 하면서 가끔 앨범을 내자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가수로 성공적인 복귀에 대한 부담감은 내려놨다. 그는 "앨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아마 앨범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으면 정규 앨범을 낸다든지 오래 스케줄을 짜서 나왔거나 혹은 유엔으로 재결합해서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럴 목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앨범을 내는 목적은 팬들과의 교감, 저에 대한 만족감이 커요. 일본과 중국에서는 음반 활동을 해왔는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왔죠.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김정훈의 새 미니앨범에는 타이틀곡 '하루'를 비롯해 '그때말야', '우만동(우리가 만나는 동안에 해주고 싶은 것들')', '그리움에'까지 모두 4곡이 수록됐다. '하루'는 벚꽃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 그리운 사랑의 기억들을 담았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김정훈 특유의 여린 감성 보이스가 돋보인다. 김정훈은 트렌드를 쫓기보다 자신의 감성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 가요계의 다른 가수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배를 타고 나아갈 순 없지 않나 싶었어요. 제가 지금 머물러 있는 세계관과 색깔을 담았어요. 20대 때 불렀던 감성과 소리들을 많이 느꼈죠. 순수함이 있는 노래들을 좋아해요."

앨범 성적과는 별개로, 빠르게 변한 가요계에 대한 부담이 없을 리 없다. 2년 전 리메이크 앨범을 내면서 음악방송에 대한 공포증도 생겼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 앨범이 가요계 흐름의 중앙에 서서 같이 끌어가는 것보다 저만의 세계에서 제 가치관으로 만든 앨범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시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음악방송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요. 기회가 있으면 무대에 서겠지만 사실 겁이 나요. 2년 전에 무대에 한 번 섰었는데 되게 부끄러웠어요. 무대에 서는 것도 민폐 같고 후배 가수들이 먼저 인사를 하는 것도, 선배 대접을 받는 것도 불편했어요. 철이 안 든건지 정신연령이 낮은건지 인사를 하면 몰카로 촬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죠(웃음). 대기실보다 오히려 무대가 편한 것 같아요."

2000년대 함께 활동하던 god와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당시 가수들의 가요계 컴백과 시기가 맞물린 것은 우연의 일치. 그는 "같이 활동하며 들었던 목소리들이라 반갑고 더 잘됐으면 좋겠다.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친아-꽃미남 이미지, 스트레스였다"

데뷔 15년차인 김정훈은 '엄친아'라는 수식어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꽃미남'의 이미지가 싫기도 했다. 누군가는 호강에 겨운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틀에 갇힌 이미지는 배우로서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했다. 김정훈의 이미지에 색을 덧입히는 작업을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김정훈은 '꽃미남'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 '귀엽다' '어려보인다'는 말이 싫었다. 늙어보였으면 좋겠다. 배역이 한정적이다. 지금보다 살을 빼서 나이가 들어보이는 거이 훨씬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사뭇 진지하게 답했다.

엄친아라는 수식어 역시 마찬가지. 그는 "예전에는 엄친아 이미지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청개구리 심보 때문에 성격이 더 반대로 튀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스트레스가 덜하다. 사실 일적인 부분을 떠난다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부분 같다"고 말했다.

김정훈은 "성격은 털털하고 거친 편인데 카메라에 비친 모습들이 그렇지 않다. 제 자신에 대한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웃었다.

예능에 대한 마음도 열렸다. 데뷔 초를 제외하고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거의 없었던 김정훈은 "이제는 예능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예능이 어려웠고 불편했다. 예능에 출연해도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피해다닐 정도로 기피증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준비도 됐다. 요즘엔 '마녀사냥'과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고 말했다.

'마녀사냥'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연애와 결혼에 대해 물었다. 그는 "결혼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여자친구는 많이 만나봤죠. 사랑은 이십대 초반의 기억 밖에 없어요. 어느순간 마음을 잘 안 주게 되더라고요. 괜찮은 사람을 만나도 마음을 쉽사리 못 주고, 공허감에 헤어지게 되더라고요. 꽤 오래 만난 친구도 있었지만 그런 것을 느끼고 아파하다가 이별을 했던 경우가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집에 있는 상상도 해봤는데, 글쎄요. 연애와 결혼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서, 아마 결혼을 못하지 않을까 싶어요."

반듯한 이미지와 달리 솔직한 입담과 털털한 성격으로 '반전 매력'이 빛났던 김정훈. 데뷔 5091일, 우리가 몰랐던 김정훈을 알게 될 기회는 충분히 남았다. 무대 위가 됐든, 브라운관이 됐든, 예능이 됐든. 앞으로도 김정훈의 매력을 계속 보고 싶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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