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6일 잠실구장. 삼성이 2-0으로 앞선 6회초. 첫 타자 채태인과 맞선 두산 선발 노경은은 볼카운트 3-2에서 회심의 일구를 던졌다. 삼진을 잡기 위해 구사한 승부구였다. 그러나 혼신을 다해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 외곽을 살짝 벗어났다. 선두타자 볼넷.
중요한 승부처에서 무사 1루에 몰린 노경은은 갑자기 힘이 빠진 듯했다. 후속 최형우에게 던진 공이 복판으로 몰리면서 우중간을 완전히 갈랐다. 채태인이 3루에서 멈춰서며 상황은 무사 2,3루. 다음 타자 박석민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한 순간 채태인이 득점해 3-0.
계속된 2사 1루에선 박해민에게 초구 몸쪽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그다지 힘있게 맞은 것 같지 않은 타구는 그러나 좀처럼 떨어질지 모른채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갔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허용한 2점홈런은 쐐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노경은은 6회를 마친 뒤 이날 투구를 마감했다. 이날 기록은 6피안타 3볼넷 5실점. 투구수 106개에 탈삼진 3개, 볼넷 1개의 기록이었다.
노경은이나 두산 덕아웃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는 경기였다. 6월까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노경은은 7월 들어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서 2개월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시즌 3승(7패)째를 거둔 그였다. 한 번 리듬을 타면 상승세를 이어가는 그의 특성상 이날 투구에도 적지 않은 기대감이 쏠렸던 게 사실.
5회까지는 완연한 회복세를 증명하듯 상쾌한 피칭이 이어졌다. 2회 안타 2개와 희생번트 등으로 먼저 2실점했지만 꽤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1회와 3회 각각 주자를 내보내고도 큰 위기 없이 수비를 마쳤고, 4회와 5회에는 살아난 구위를 바탕으로 6타자를 내리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추가점이 결승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6회 고비에서 갑자기 흔들리며 3점을 더 내준 탓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다만 소득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기록으로만 보면 부진한 투구였지만 투구 내용은 전반적으로 깔끔했고, 기나긴 슬럼프 기간 때와 달리 경기 중반까지 자기 몫을 어느 정도 해줬다는 점에서 다음 등판을 한 번 더 기약할 수 있었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노경은이 아주 좋아졌다. 지난 등판에서 투구 내용과 결과가 좋았다. 앞으로도 꾸준한 투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경은에겐 절반의 성공과 실패로 남은 6일 삼성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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