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르헨티나가 24년 만의 월드컵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그 일등공신은 공격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도 곤살로 이과인(나폴리)도 아니었다.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AS모나코)가 아르헨티나 승리의 중심에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10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코린치안스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2014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0-0으로 연장까지 120분을 보낸 뒤 승부차기 끝에 4-2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갔다.
아르헨티나의 메시, 그리고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이 현란한 드리블과 스피드 대결을 벌일 것으로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하지만 실상 이들은 침묵했고 운명은 양 팀을 11m 승부차기로 인도하고 말았다.
승부차기에서는 아르헨티나의 골키퍼 로메로가 빛났다. 로메로는 선축으로 나선 네덜란드 첫 번째 키커 론 블라르(애스턴 빌라)의 킥을 정확하게 방향을 읽어 막아내더니 세 번째 키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갈라타사라이)의 킥도 확실하게 쳐내며 팀의 결승행 문을 열었다.
네덜란드로서는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전문 키커로 투입했던 팀 크룰(뉴캐슬 유나이티드)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교체 카드로 클라스 얀 훈텔라르(샬케04)를 선택하면서 크룰 대신 자스퍼 실레선(아약스) 골키퍼가 승부차기까지 맡아야 했다. 실레선도 방향은 잘 잡았지만 한 골도 막아내지는 못했다.
로메로는 이날 경기까지 아르헨티나가 치른 6경기에서 3실점을 했다. 화려한 선방보다는 안정적인 방어로 마누엘 노니어(독일), 기예르모 오초아(멕시코), 케일러 나바스(코스타리카) 등 다른 골키퍼들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다. 더군다나 2013~2014 시즌 AS모나코에서도 4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실전 감각의 우려를 안은 채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로메로는 진가를 드러냈다. 16강, 8강전에서 무실점 방어로 아르헨티나의 순항을 조용히 뒷받침했다. 그의 꾸준함이 얻은 결실이 결승 진출이었다.
로메로는 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행운의 승부차기였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가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신께 도와 달라고, 할 수 있다고 빌었는데 이뤄졌다. 너무나 기쁘다"라고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동료들의 힘도 컸다며 고마워했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그라운드 위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너무나 큰 기쁨이다. 전혀 힘들지 않다. 나를 믿었고 동료들도 믿었다"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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