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5.52(3~4월)→4.92(5월)→3.77(6월)→3.29(7월)→2.70(8월)'
LG 트윈스 불펜진의 월별 평균자책점이다. 3~4월부터 8월까지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점점 더 좋아지기만 하고 있는 LG 불펜의 모습이 수치상으로 잘 드러난다.
불펜의 힘은 곧 LG의 경쟁력이다.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이 월별로 낮아지고 있는 것과 비례해 팀 성적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3~4월 7승16패(승률 0.304)였던 월간 전적이 5월에는 10승14패(0.417), 6월에는 10승11패(0.476), 7월에는 13승7패(0.650)로 상승세를 탔다. 8월 역시 9승7패(0.563)로 선전을 이어가며 마침내 4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LG의 불펜은 더 강해진 느낌이다. 지난해 역시 LG는 강력한 불펜을 앞세워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감격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지난해 LG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3.40으로 당당히 리그 1위였고, 타고투저가 심화된 올 시즌 역시 4.19로 1위에 올라 있다.
이동현, 봉중근이 건재한데다 신재웅, 정찬헌이 새롭게 가세했다. 유원상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12년의 구위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실상 이들 5명이 LG 불펜의 필승조라고 할 수 있다. 양적, 질적으로 속이 꽉 찬 멤버다. 여기에 윤지웅과 임정우가 추격조로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치열한 4위 싸움이 한창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LG는 한 가지 악재를 안게 됐다. 외국인 투수 티포드의 복귀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 손가락 부상으로 지난 13일 2군으로 내려간 티포드는 오는 30일 불펜 피칭을 소화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1군 복귀는 9월이 돼야 가능해진다. 선발 한 축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LG는 강력한 불펜을 앞세워 선발진의 공백도 메워낸다는 심산이다. 5선발로 기용됐던 임정우는 그대로 불펜에 두기로 했다. 선발 등판 때보다 중간계투로 등판할 때 성적이 더 좋기 때문. 임정우는 지난 24일 롯데전에서도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당분간 5선발의 임무는 장진용에게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진용은 지난 20일 넥센전에 무려 6년만의 선발 마운드에 올라 2.2이닝 4실점(1자책)에 그쳤다. 많은 점수를 내주고 일찍 강판했지만 수비 실책에 의해 실점이 많았을 뿐 가능성은 보여줬다는 것이 LG 내의 자체 평가다. 장진용이 등판하는 날은 불펜을 좀 더 바삐 가동한다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선발진의 공백도 메울 수 있을 정도로 LG의 불펜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에는 양상문 감독이 추구하는 '시스템 야구'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마운드를 운용하는 야구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수 기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즌을 거듭하면서도 불펜 투수들 모두 지치지 않고 구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양 감독은 "안정화를 위해 팀 시스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정착된 것 같다"며 "투수 기용은 (컨디션이) 좋을 때 자주 활용하는 것보다, 수학공식같은 것이 있어 거기에 맞춰서 이루어지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LG 감독 부임 후 팀이 달라진 점과 자신의 시스템 야구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26일 현재 LG는 5위 두산에 2경기 차 앞선 4위에 올라 있다. 아직 20경기 이상 남겨 놓은 상황에서 누가 4강행 막차에 올라탈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LG가 경쟁팀들에 비해 유리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가장 큰 이유는 마운드, 특히 불펜의 막강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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