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가장 '힘든 적'은 누구일까.
독일, 아르헨티나 등 세계 최강 팀을 만나는 것은 오히려 쉽다.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있기 때문이다. 꼭 이기라고 강요받지도 않는다. 승리한다면 소위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고, 져도 특별히 타격 받을 것이 없다. 강팀을 상대로도 선전할 수 있다는 한국의 경쟁력을 보이면 된다. 그만큼 세계적인 강호들과의 대결은 부담감이 적다.
힘든 적은 오히려 한국보다 약한 팀이다. 반드시 승리를 해야만 하는 압박감이 있는 경기다. 약팀에 패배한다면 타격은 크다. 선수들도 지탄을 받지만 감독의 지도력도 심각한 의구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약팀을 상대로는 승리하면 본전, 패배한다면 굴욕이다.
그렇다면 '가장' 힘든 적은 어떤 팀일까. 한국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팀이다.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적이다. 이런 적들 중에서 축구팬들뿐 아니라 국민적인 '정서'가 담긴 상대, 이들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가장 힘들고, 까다롭고, 부담감이 큰 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적이 '일본'이다. 한국은 일본과 만나면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배경 등으로 인해 한일전은 경기력을 뛰어넘는 국민 정서의 대결이다. 그렇기에 한일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고, 패배한다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 축구에 일본 다음으로 힘든 적을 꼽으라면 '이란'이다. 이란은 한국과 비슷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란이 FIFA 랭킹 51위, 한국이 66위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정서가 담긴 또 하나의 대표적인 적이 이란이라는 것이다.
한국 축구는 이란과 악연이 깊다. 현재 이란은 일본 다음으로, 아니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최악의 적'으로 인식돼 있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고, 패배는 용납할 수 없는, 자존심이 걸린 적이다.
이란의 침대축구에 많이 당해봤기에 한국은 치를 떨고 있다. 침대축구 외에도 한국을 만났을 때 수많은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은 이란이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때 이란의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의 최강희 감독에게 주먹감자를 날리는 초유의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은 이란 원정을 떠나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5전 2무3패다. 아시아의 강호라 평가 받는 한국이 상대 원정에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 역시 자존심이 상한다. 이런 부분도 이란이 가장 힘든 적이라는 인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이 한국 감독 지휘봉을 잡은 후 가장 힘든 적을 만난다. 예민한 '정서'가 담긴 최초의 적을 만난다. 감독 데뷔전이었던 파라과이전, 그리고 코스타리카전은 친선전의 의미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처음 원정길에 올라 지난 14일 요르단을 만났고, 드디어 이란을 만난다. 그것도 이란 원정이다. 18일 밤 그 악명 높은 아자디 스타디움으로 한국 대표팀이 들어간다.
슈틸리케 감독은 국민 정서상 간절한 승리 염원이 담긴 이란전을 치러야 한다. 경기 자체보다 외부적인 영향력이 더 큰 첫 경기를 치러야 한다. 부담감, 압박감이 가장 큰 경기다. 슈틸리케 감독의 대처능력, 유연성, 카리스마 등이 기대되는 경기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축구의 이란에 대한 이런 정서를 알고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이란 원정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지 알고 있다. 이번이 되갚아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며 한국 감독으로서 설욕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14일 요르단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지 않았다. 이는 이란전에 최정예 멤버를 출격시키겠다는 의중일 것이다. 그만큼 슈틸리케 감독도 이란전 승리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국민 정서를 충족시키려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국 감독 부임 후 가장 힘든 적을 만나는 슈틸리케 감독, 이를 헤쳐나가는 슈틸리케 감독의 지략과 전술, 그리고 부담감과 압박감을 극복해내는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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