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는 없다"…LG, 스나이더 쿨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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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버 공시 후 넥센이 전격 계약, 넥센 타선 짜임새 좋아져

[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꼼수보다는 정도를 택했다. 부메랑이 돼 날아올 지 모르지만, 한 때 함께했던 외국인 선수의 앞길을 막지 않았다.

LG는 25일 외국인 선수 브래드 스나이더(32)에게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그러자 넥센이 곧바로 스나이더와 계약을 맺었다. 넥센은 계약금 3만달러, 연봉 27만달러, 옵션 8만달러 등 최대 38만달러에 스나이더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스나이더와의 재계약을 고민하다 끝내 결별을 선택한 LG다. 그런 LG에게는 또 다시 두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하나는 임의탈퇴로 스나이더를 묶어두는 것, 또 하나가 웨이버로 공시하는 것이다. LG의 선택은 후자였다.

스나이더는 마지막까지 LG를 고민하게 할 정도로 타격와 수비력에서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규시즌에서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타율 4할3푼3리(30타수 13안타) 2홈런 6타점으로 불망망이를 휘두른 바 있다. 넓은 외야 수비 범위와 강견은 정규시즌 때도 증명해냈다.

특히 스나이더가 '홈런공장' 목동구장이 홈인 넥센에 입단하는 것은 LG에게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중장거리형 타자로 알려진 스나이더지만 목동구장에서는 거포로 변신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타일색인 넥센 타선에 짜임새를 더할 카드로도 더할 나위가 없었다.

스나이더의 넥센 입단은 LG도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다. 백순길 LG 단장은 조이뉴스24와의 전화통화에서 "롯데가 아니면 넥센으로 갈 줄 알았다"며 "롯데는 전준우가 군입대를 해야 해 외야수가 부족하고 좌타자도 필요하다고 봤다"며 "넥센도 좌타자가 한 명 있다면 타선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데려갈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다면 스나이더를 임의탈퇴로 묶는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을까. 규약 상 외국인선수를 임의탈퇴로 묶는다면 해당 선수는 한국 내 원 소속구단 이외 다른 구단으로 옮길 수 없다. 규약이 변경돼 그 시한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타구단으로 이적해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LG는 그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백 단장은 "외국인 선수 묶어서 뭐하겠느냐"며 "(잘한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감독님이 또 그런 부분은 쿨하시다"고 잘라 말했다. 혹시 스나이더가 넥센에서 맹활약 하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실 LG는 2013년 외국인 좌완투수 주키치를 임의탈퇴로 묶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때는 주키치가 다른 구단으로 옮길 것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불펜 등판 등 구단의 요청을 무시한 주키치에 대한 서운함이 컸다. 반면 이번에 넥센으로 팀을 옮긴 스나이더는 LG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LG는 유독 떠나보낸 선수들이 대형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지켜봐왔다. 특히 넥센에는 박병호, 서건창 등 LG 출신 MVP만 2명이 있다. 이번 스나이더까지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LG는 또 다시 주위의 비아냥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LG는 스나이더를 시원하게 보내줬다.

이번 스나이더와의 재계약 포기로 확인한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LG가 염두에 두고 있는 외국인 타자가 외야수보다는 내야수로 기운다는 점이다. LG는 내야보다 외야 자원이 풍족한 편이다. 또한 이번 FA 시장에 김강민이라는 강견의 외야수도 등장했다. LG는 치밀한 계산 속에 스나이더를 떠내보냈는지도 모른다. 물론 꼼수를 피해 정도를 걸으면서 말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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