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곰의 겨울 움직임이 무척 날렵하다. 한국시리즈 종료 뒤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내년 시즌 전력보강을 거의 마친 분위기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등 외국인 선수 계약 문제만 매듭지어지면 스토브리그를 사실상 끝내게 된다.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김승영 사장의 언급처럼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리고 있다.
◆장원준 합류…확실한 선발보강
이견 없는 두산의 승리였다. 올 시즌 투수 FA 가운데 최대어를 낚았다. 4년 84억원(보장금액 80억원)에 계약한 장원준은 두산이 오랫동안 고대한 왼손 에이스다. 기존 유희관과 함께 마운드의 좌완 듀오로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 시즌 장원준의 세부수치는 사실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WHIP 1.46, WAR 2.65에 그쳤다. 10승을 거뒀지만 압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장원준은 이제 29세로 전성기에 도달했고 최근 1군 무대 5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로 안정감과 꾸준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2012∼2013년 경찰청 군복무로 퓨처스리그만 소화해 어깨가 싱싱하다는 장점도 있다. 예정대로 두 용병투수인 니퍼트와 마야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다음 시즌 두산의 선발로테이션은 니퍼트-장원준-마야-유희관-노경은(이현승)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우완과 좌완이 번갈아 등판하는 지그재그 로테이션에 1∼4선발이 모두 검증된 투수들이다. 두산으로선 내년 시즌 '선발 왕국'으로 복귀를 꿈꿀 수 있게 됐다.
◆보이지 않는 힘…코칭스태프 강화
두산이 이번 겨울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가 코칭스태프 강화다. 개편폭이 적은 반면 검증된 인물들을 대거 끌어들여 지도력을 강화했다. 지난달 30일 '곰들의 환담회' 행사에서 첫 소개된 이상훈 코치는 2군에서 젊은 투수 유망주들의 성장을 도울 예정이고, 강석천(수비), 조경택(배터리) 코치도 새롭게 합류했다. 특히 강인권 배터리 코치의 합류는 두산에 천군만마가 될 전망이다.
넘치는 카리스마가 강점인 강 코치는 지난 2012년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두산을 떠났지만 김태형 신임 감독의 요청으로 재합류했다. 1군 배터리 코치로 내정된 강 코치는 특히 양의지가 주전포수로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한 바 있어 두산 안방마님들의 성장에 또 한 번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김 감독의 사령탑 부임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최근 3년간 2명의 감독을 교체한 두산은 오랫동안 눈여겨본 김 감독에게 덕아웃 지휘권을 건네는 데 성공했다.
엄하면서도 따뜻한 잔정이 있는 김 감독은 일찌감치 차세대 지도자로 여겨진 인물. 특히 현역 선수와 지도자 생활의 대부분을 OB(두산)에서만 보내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수비형 포수 출신으로 경기를 보는 디테일이 남다른 데다 선수단을 휘어잡는 통솔력도 뛰어나 지난달 취임 당시부터 선수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김 감독은 "구단에서 큰 선물을 해주셨으니 내년에는 좋은 성과를 거둬보겠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주전포수 양의지에 3루는 허·최 싸움
두산의 포지션 구도는 전체적으로 볼 때 올해의 틀에서 큰 변화는 없을 전망. 김현수·정수빈·민병헌의 외야는 굳건하고, 오재원·김재호의 키스톤 콤비도 든든하다. 포수도 양의지 주전에 최재훈 백업으로 일찌감치 그림을 짜놨다. 다만 호르헤 칸투가 빠진 1루, 이원석의 군입대로 주인이 빈 3루는 무주공산이다.
김 감독은 "3루는 허경민과 최주환의 경쟁 구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호시탐탐 주전 도약을 노려온 이들로서는 프로 입단 뒤 가장 큰 기회가 눈앞에 있는 셈. 다만 허경민의 경우 김 감독이 유격수로도 기용할 뜻을 내비쳐 김재호와의 또 다른 경쟁구도도 점쳐지고 있다. 외국인 타자를 1루수로 데려올지 외야수로 영입할지에 따라 1루의 주인은 추후에 가려질 전망이다.
마지막까지 미지수인 부분은 불펜의 마무리다. 이용찬의 군입대로 클로저가 없어진 두산은 다음 해 1∼2월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불펜의 보직을 결정할 계획. 일단 선발 도전을 선언한 이현승,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서 부진했던 노경은, 베테랑 구원요원 정재훈에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낸 윤명준까지 모두가 잠재적인 마무리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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