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KBS의 2014년은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예능프로그램은 대부분 성공적이었다. 특히 KBS의 자존심 '1박2일'의 완벽한 부활은 성공 이상의 상징성이 있다. 헌데 드라마에서 죽을 쒔다. 주말드라마는 선방했지만 그마저도 예년만 못 했고, 주중 미니시리즈는 처참했다. 일일드라마 정도만 체면치레를 했다.
'1박2일이 돌아왔다', 재미-감동 책임졌다
올해 KBS 예능의 가장 큰 업적은 일요일 골든타임에 방송되는 '해피선데이'가 기력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1박2일'은 시즌3를 맞아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간판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둘 모두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까지 두루 갖췄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올해 가장 '핫'한 인물인 '추사랑'을 배출했다. 추성훈-야노시호 부부의 딸인 '추사랑'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깜찍한 매력부터 '폭풍 먹방'까지 다양한 매력을 드러냈고, 시청자들은 4살짜리 어린 꼬마에게 푹 빠졌다.
'1박2일'은 지푸라기를 잡고 기사회생했다. 강호동이 떠나고 침체를 거듭했던 이 프로그램에 기대를 하는 이는 많지 않았으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유호진 PD와 똘똘 뭉친 여섯 멤버들은 결국 해냈다. 지난 14일까지 총 12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 6주 연속 일요일 예능 전체 1위다.
이 두 프로그램은 '해피선데이'의 14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14일 방송분 17.3%)를 이끌었다. '해피선데이'를 필두로 일요일 예능은 KBS가 주도했다. 전통의 강호 '개그콘서트'가 전체 2위다.
토요일 예능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불후의 명곡'이 호평 속에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월요일엔 '안녕하세요'가, 화요일 '우리동네 예체능'이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목요일 '해피투게더3'는 동시간대 2위지만 1위와 박빙이다.
아쉬웠던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나는 남자다'와 '풀하우스'다. 두 프로그램은 시청률 부진으로 내년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KBS의 예능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의 고민 해결을 돕는 '안녕하세요'부터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불후의 명곡', 아기를 키우는 남자 스타들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웃음을 책임지는 '1박2일' 등 감동과 재미를 모두 잡았다.
'이제 갔나 장보리', 주말드라마 왕권마저 내줘
KBS의 올 한 해 드라마는 체면치레도 못 했다. 주말드라마가 그나마 위안거리였지만 사실 올해 주말드라마 대표작을 꼽으라면 MBC '왔다 장보리'다. 전통적으로 주말드라마에서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던 KBS로서는 자존심을 구길대로 구겼다.
그럼에도 KBS 드라마 중 가장 선전한 건 그나마 주말드라마다. 현재 '가족끼리 왜 이래'가 시청률 40%를 넘보며 주말드라마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전작인 '참 좋은 시절'도 꾸준히 20%대 중후반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작인 '왕가네 식구들'이 47.3%로 종영한 걸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KBS 주말드라마는 방송 시간대에 다른 드라마가 없는 까닭에 전통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왔다. 사실 30% 이상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가족끼리 왜 이래'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왔고 또 최근 꾸준히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왔다 장보리'가 끝나기 전에는 사실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왔다 장보리'에 쏟아졌다.
평일 드라마를 살펴보면 상황이 더 안 좋다. 올해 시청률 10%를 넘긴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월화드라마는 6번째 작품이, 수목드라마는 5번째 작품이 방영되고 있는 가운데 월화드라마는 '빅맨'(12.6%)이 두 자릿수 시청률로 종영했고, 수목드라마 중에는 '감격시대'(12.3%), '조선총잡이'(12.8%)가 동시간대 1위로 종영했다. '골든크로스'(10.1%)는 한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외에는 월화드라마 '태양은 가득히'(2.7%), '트로트의 연인'(8.9%), '연애의 발견'(7.6%), '내일도 칸타빌레'(4.9%), 수목드라마 '아이언맨'(3.4%)이 변변치 않았다. 현재 방영중인 '힐러', '왕의 얼굴'은 둘 다 7%대로 시작치고는 상황이 좀 낫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KBS는 대부분의 작품마다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과적으로 과대포장에 그쳤다. '연애의 발견'의 경우 젊은 층의 절대적인 공감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지만 '내일도 칸타빌레', '아이언맨'처럼 철저하게 외면당한 작품이 더 많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