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거둔 지 55년이 흘렀다.
지난 1960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에는 본선에 4개국이 출전해 리그전으로 우승팀을 가렸다. 한국은 베트남, 이스라엘, 대만에 3연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만과의 3차전이 열려 한국의 우승이 확정된 날이 1960년 10월21일이었다. 이후 한국이 아시안컵 우승컵을 거머쥐는 날은 오지 않았다. 55년이나 흘렀지만,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 불리는 한국 축구였지만 왜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이유와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한국이 우승한 지 55년이 지난 오는 31일,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그 이유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가 호주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이라크를 꺾으며 27년 만에 결승전에 올랐고, 55년 묵은 우승 한을 풀 수 있는 기회 앞에 섰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후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까지 걸린 시간은 55년, 정확히 말해 1만9천826일이다. 이 긴 세월동안 하지 못했던 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해내려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5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공식적으로 선임됐다. 그리고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리는 날까지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보낸 시간은 고작 '149일'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어떻게 1만9천826일 동안 풀지 못했던 숙제를 풀려고 하는 것일까. 긴 세월을 단번에 뛰어넘으려는 슈틸리케 감독의 힘은 무엇일까. 슈틸리케 감독이 전하는 해답은 '변화'였다.
변화는 위험 부담이 크다. 그래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안정을 택하게 된다. 그렇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변화를 선택했다.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에 변화를 택할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으로 인해 한국 축구는 변하고 있다. 긍적적으로, 매력적으로 변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변화의 아이콘이다. 훈련 시 직접 훈련 도구를 나르고, 또 선수들 입장 시 선수들과 손을 맞추는 따뜻하고도 이례적인 행동으로 한국 대표팀 감독의 일상적인 모습에 변화를 주도했다. 차분하고 섬세하고 또 아름다운 변화였다.
그리고 대표 선발 원칙에도 변화를 줬다. 슈티리케 감독은 공정한 선발 원칙을 세웠다.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선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확고히 지켜지고 있다. 또 개인의 능력, 과거의 명성 보다는 현재의 가치, 미래의 가능성을 더 중요시 했다.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박주영을 빼고 무명의 이정협을 공격수로 선발한 것이 변화의 핵심이었다.
자동문으로 불렸던 한국 축구 수비를 무실점의 아이콘으로 변화시켰고, 기성용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며 한국 대표팀의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를 탄생시켰다. 또 무기력했던 선수들에게 투지와 투혼을 심어줬다. 슈틸리케 감독으로 인해 태극전사들의 자세와 의지가 변화한 것이다.
한국 축구팬들의 인식에도 변화를 준 슈틸리케 감독이다. 패배 의식에 젖었던 한국 축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자 팬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던 대표팀을 향해 다시 기대감을 갖게 됐고, 절망에서 다시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다시 국민의 팀이 됐다.
이런 놀라운 변화를 슈틸리케 감독은 세월을 초월한 것만 같은 놀랍도록 짧은 시간에 해내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 결승까지 4일이라는 변화의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마지막 변화를 노리고 있다. 변화된 힘으로 55년의 한, 그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
그 날이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리는 31일이다. 이 날은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대표팀과 함께한 지 149일째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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