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아시안컵이 이렇게 '뜨거운' 대회였던가.
그동안 한국 축구는 월드컵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축구팬들의 시선 역시 주로 월드컵으로 향했다. 당연한 현상이다. 세계 최고의 대회 월드컵과 대적할 수 있는 축구대회는 세상에 없다.
그래서 아시아 최강자를 가리는 아시안컵을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고 월드컵에서만 잘 하면 된다는 인식을 가져온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는 아시안컵의 의미와 재미, 그리고 감동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일어난 시행착오와 같았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시행착오를 털어내고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에 버금가는 재미와 감동을 아시안컵에서 선사했다.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팀들을 상대로 16강, 또는 그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야 물론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아시아 대회에서 아시아 최강의 위치에 올라가는 것 역시 의미가 크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 의미를 제대로 잡았다.
또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목표를 세운다면, 아시안컵에서는 우승을 목표로 세운다. 목표의 방향이 다르기에 아시안컵에서는 월드컵에서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아시안컵이 그랬다. 한국은 우승 후보였다. 우승 후보로 나서는 대회는 받아들이는 느낌과 나아가는 방향 모두 다르다. 다른 팀들이 한국을 경계해야 하고, 한국은 이런 경계를 뚫고 나아가야 한다. 월드컵에서는 볼 수 없는, 느낄 수 없는 한국축구의 행보다.
27년 만에 결승까지 올랐다는 결실, 이것이 이번 아시안컵의 가장 큰 재미와 감동이었다. 한국은 1988년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사실, 반세기가 넘도록 우승을 하지 못하니 우승에 대한 기대감, 결승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낮았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결승전에 오르니, 그 재미와 감동은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또 '군데렐라' 이정협의 등장과 폭풍 드리블로 아시아를 열광시킨 차두리, 아시아의 야신으로 등극한 골키퍼 김진현, 캡틴 기성용의 존재감, 에이스 손흥민의 진가 확인 등 월드컵 못지않은 이슈와 스타가 등장한 대회였다. 이들로 인해 아시안컵을 즐기는 재미는 크고 진해졌다. 아시안컵은 이번 겨울 한국 스포츠의 중심이 됐다.
가장 소중한 소득은, 축구대표팀에 대한 국민들과 팬들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월드컵만큼의 열기를 이번 아시안컵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아시안컵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본을 마련했다. 아시안컵도 존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한국 축구의 발전과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든 대회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득은 투지와 투혼의 대표팀을 아시안컵에서 봤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최고의 2015 호주 아시안컵이었다. 이렇게 뜨거웠던 아시안컵은 없었다. 준우승에도 이렇게 뜨거울 수 있다. 패배해도 박수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아시안컵에서 태극전사들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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