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명품 연기라는 칭찬으로도 모자랐다. 김래원은 웰메이드 드라마 '펀치'를 완성하기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가장 중요한 퍼즐이었다.
17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는 이태준(조재현 분)-윤지숙(최명길 분)의 비참한 최후를 그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뇌사 상태에 빠진 박정환은 자신의 심장을 아내 신하경(김아중 분)에게 기증하고, 생사의 기로에 섰던 신하경은 박정환의 심장을 품고 건강해진 몸으로 윤지숙, 이호성(온주완 분)을 법으로 심판한다. 신하경의 신념으로, 박정환의 심장으로 살아가는 신하경은 신하경인 동시에 박정환이었다.
권력의 정점에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검사 박정환을 연기한 김래원은 몸에 꼭 맞춘 듯한 완벽한 연기로 '펀치'를 월화극 정상에 올려놨다.
'추적자'로 이미 필력을 인정받은 박경수 작가지만 전작 '황금의 제국'은 시원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놉시스와 한 권의 대본만으로 이뤄진 편성과 캐스팅으로 '펀치'는 SBS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어려운 스토리 구도 때문에 방송 중반에는 시청자 유입이 힘든 만큼 애초부터 시청률은 포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래원은 박정환 역으로 안방에 시원한 강펀치를 날렸다.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김래원은 물 만난 고기처럼 날고 뛰었다. 매회 숨 쉴 틈도 허용하지 않는 김래원의 빈 틈 없는 연기에 점차 시청자들의 입소문이 붙기 시작했고, 방송 중반부터 빠른 속도로 복습을 시작해 속도를 맞추는 '역주행족'까지 대거 생겼다. 그리고 '펀치'는 마침내 월화극 정상에 올랐다. 이후에는 브레이크 없는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래원의 힘이었다.
박경수 작가가 그리는 박정환의 캐릭터에 김래원은 총천연색의 숨을 불어넣었다. 김래원이 아닌 박정환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김래원은 곧 박정환이었고, 박정환은 곧 김래원이었다. 김래원이 만들고 김래원이 완성한 박정환을 시청자들은 '갓정환'이라고 불렀다.
종영을 앞두고 박경수 작가는 "'펀치'의 박정환은 래원씨가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전 래원씨가 만든 박정환을 따라간 것에 불과합니다. 정말 훌륭했어요. 래원씨"라고 극찬하며 직접 쓴 편지를 통해 김래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예정된 이별이었다. 박정환은 끝내 죽었지만 동시에 죽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멋있는 선택을 한 박정환으로 안방을 떠난 김래원은 한층 발전된 캐릭터로 돌아올 것이다. 하루 빨리 김래원을 안방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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