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베테랑 방신봉 "언제든 출전 준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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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과 3세트 승부처서 친정팀 울리는 활약, 분위기 반전

[류한준기자] 손이 근질근질했다. 웜업존에서 몸을 푸는 동안 후배들이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1, 2세트에는 출전 기회가 없었다. 원포인트 블로커로도 투입이 안됐다.

한국전력 베테랑 센터 방신봉은 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1, 2세트를 그렇게 보냈다. 그런데 한국전력이 0-2로 뒤진 3세트 들면서 선발 센터로 코트에 투입됐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접전 끝에 1, 2세트를 모두 내주며 코너에 몰렸기 때문이다.

방신봉은 최석기를 대신해 하경민과 팀의 높이를 책임졌다. 그의 진가가 발휘된 때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였다.

25-25 듀스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방신봉은 세터 권준형의 토스를 받아 속공으로 연결했다. 득점으로 연결되는 깔끔한 A속공이었다. 이어 곧바로 방신봉의 손끝에서 세트 승부가 결정났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이 시도한 중앙 후위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냈다. 한국전력은 3세트 듀스 승부를 방신봉 덕에 잡아내며 반격의 불씨를 댕겼고 결국 3-2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경기 후 신영철 감독은 "(방)신봉이가 고비에서 중요한 두 점을 책임졌다"며 "3세트에서 분위기를 가져온 게 전체 승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셈"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신 감독은 "(최)석기의 블로킹 리듬이 흐트러져 신봉이를 투입했는데 제몫을 충분히 해줬다"고 덧붙였다.

방신봉은 현대캐피탈전에서 블로킹 3개 포함 6점을 올렸다. 그는 "언제든 코트에 나설 준비는 돼있다"며 "웜업존에서 항상 대기는 하고 있다. 승리를 떠나 승점 1이라도 올리자고 마음을 먹고 뛰었는데 역전승으로 이어져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3세트 듀스 접전 상황에서 밀린 것이 두고두고 아쉽게 됐다. 공교롭게도 방신봉은 현대캐피탈이 친정팀이다. 프로 출범과 함께 LG화재(현 LIG 손해보험)로 이적했지만 홍익대를 졸업한 뒤 처음 입었던 유니폼이 현대캐피탈의 전신인 현대자동차써비스였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한국전력에 패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사라졌다. 방신봉은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면서도 "봄 배구에 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만 나가란 법은 없지 않느냐"고 얘기했다. 그에게 한국전력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팀이다. 방신봉은 2007-08시즌이 끝난 뒤 코트를 잠시 떠났다. LIG 손해보험과 재계약하지 못하고 수원체육관 코트 관리 업무를 봤다. 그런 가운데 2009년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다시 코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방신봉은 한국전력에서 두 번째 포스트시즌을 맞는다. 2011-12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현대캐피탈에게 2패를 당하면서 힘없이 물러났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는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꼭 챔피언결정전에 나가고 싶다. 동료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이뉴스24 수원=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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