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미리 본 뮤지컬 '데스노트', 韓판 기대 커지는 이유(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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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보다 커진 재미와 감동…드림 캐스팅 모인 韓 공연 어떨까

[장진리기자] 40초, 데스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이 숨을 거둘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째깍째깍, 기괴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초침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극에서 천재 고등학생 라이토는 교사와 함께 정의를 논한다.

라이토는 '따분해 미칠 듯한 세상'에서 '정의란 덧없는 꿈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같은 시간 사신계에 머물던 사신 류크는 미칠 듯한 지루함 때문에 데스노트를 인간계에 일부러 떨어뜨린다. 류크의 데스노트를 줍게 된 라이토는 '이름이 적히면 죽는다'는 데스노트의 힘을 알게 되며 "꿈인가 사실인가. 틀림없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 정의는 내 손에 달려 있지,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정의를 구현하기로 마음 먹는다. 인간과 사신의 '지루함', 큰 의미 없이 가볍기만한 단어가 만들어 낸 결과는 끔찍하다.

오는 6월 홍광호, 김준수, 정선아, 박혜나, 강홍석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데스노트'의 개막을 앞두고 일본에서 공연 중인 일본판 '데스노트'를 먼저 만났다. 약 1천200석 규모의 일본 도쿄 닛세이 극장은 평일 공연임에도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지는 뮤지컬 '데스노트'는 1,2부로 나눌 수 있는 원작 만화 '데스노트' 중 라이토와 엘(L)의 대결을 그린 1부의 중요 에피소드를 압축적으로 무대에 옮겨놓는다. 인간의 선과 악,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는 연출을 맡은 일본 공연계의 거장 쿠리야마 타미야가 선호하는 연극적인 구성과 만나 한층 돋보인다.

무대에서 살아 숨쉬는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다. 라이토 역을 연기한 우라이 켄지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뿜어내는 광기가 압도적이며, 엘 역을 맡은 코이케 텟페이는 기대 이상의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무대 위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사신 류크의 매력은 독보적이었다. 중견 연극 배우 요시다 코타로가 연기하는 류크는 원작 속 류크의 매력에 관록의 재치까지 더해지며 그 빛깔이 한층 강해졌다. 요시다 코타로가 연기하는 류크는 극 중 아이돌 가수인 아마네 미사의 공연 도중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거나 극 중간 재치 넘치는 애드리브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극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역시 류크다. "데스노트를 사용한 인간이 천국이나 지옥에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마라"는 류크의 말을 들으며 "죽고 싶지 않아, 빌어먹을"이라고 죽음을 맞는 원작과는 달리, 라이토가 죽음을 맞은 후 류크는 "마치 신이 된 양 사람을 마구 죽이더니 결국 마지막엔 너무나 인간답게 처참히 뒈지는군. 아무 의미도 없고,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지. 정말, 이런 게 제일 재미없단 말이지"라고 내뱉는다. 의미를 좇던 인간의 무의미함, 씁쓸해지는 말로다.

◆홍광호-김준수 만난 한국판 '데스노트', 기대 커지는 이유

'데스노트'는 뮤지컬로서 미덕이 많은 작품이다. 방대한 원작을 압축, 에피소드별로 유기적으로 연결한 스토리는 원작을 보지 않아도 몰입이 어렵지 않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묵직한 주제 역시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만큼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만든 유려한 뮤지컬 넘버는 중독적이다. 최근작 '드라큘라' 등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지만 '데스노트'에서는 특유의 대중적인 감성에 한층 진폭이 강한 리듬과 멜로디로 흑백의 간결한 무대를 채운다.

연출 쿠리야마 타미야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의 특징인데 이번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세계의 냉혹함, 비정함을 표현하는 음악이 극 세계에 울려 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6월, 마침내 한국 무대에서 프랭크 와일드혼이 만든 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부르는 두 남자 홍광호와 김준수를 만날 수 있다. 미리 만나 본 일본 공연은 홍광호와 김준수의 만남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도오대학교 공동 수석으로 입학할 만큼 빛나는 두뇌를 자랑하는 두 사람의 대결은 한치 앞도 알 수 없게 팽팽하다. 겉으로는 친구를 연기하지만, 속으로는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는 최고의 라이벌 라이토와 엘을 연기할 두 사람의 불꽃 튀는 경쟁은 상상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각종 상까지 휩쓸었던 홍광호는 '데스노트'로 1년 6개월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다양한 대형 뮤지컬의 초연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김준수는 '데스노트' 초연으로 또 다시 화려한 성공을 예고하고 나섰다. 게다가 두 사람은 공연 기간 내내 원 캐스트로 무대에 서며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매력을 가진 정선아, 최고의 실력파 박혜나, 뮤지컬계 최고의 라이징 스타 강홍석까지 합류하며 '데스노트'는 완벽한 드림 캐스팅을 완성했다. 한국판 '데스노트'의 성공을 기대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는 6월 막을 올리는 뮤지컬 '데스노트' 한국 공연은 일본 공연의 레플리카(대본, 동선, 음악 등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긴 하지만 공연장, 배우 등 한국 공연의 상황에 맞춰 변화될 예정이다. 일본에서 아이돌로 설정된 아마네 미사는 한국에서 20대 디바로 설정되는 등 한국에 맞춘 현지화를 앞두고 있는 것.

쿠리야마 타미야는 지난 16일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를 통해 "한국에서 만난 배우들과 부딪히면서 그들의 심리를 끌어내 움직이고 싶다. 저와 배우들의 심리전 역시 엘(L)과 라이토의 심리전과 마찬가지로 작품에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데스노트는 일본의 카피버전이 아니라 한국만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는 일본과 같은 형태로 공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보강할 점이나 무대 장치 등 변화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뮤지컬 '데스노트'는 오는 6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조이뉴스24 도쿄(일본)=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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