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여자 월드컵에 나서는 '지메시' 지소연(24, 첼시 레이디스)의 어깨는 무겁다. 잉글랜드 여자 프로축구 슈퍼리그(WSL)에서 뛰면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고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여자 선수로도 선정됐다.
겹경사를 누렸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대표팀에 합류하면 모든 관심이 자신에게 쏟아진다는 점에서 부담이 없을 수 없다. 박은선(로시얀카)과 공격을 짊어져야 한다는 점도 그렇다. 여민지(대전 스포츠토토)가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낙마하면서 지소연의 대표팀 내 비중은 더 커졌다.
태극마크를 위해서 소속팀을 설득, 한국과 영국을 오가는 고된 일정도 마다하지 않았던 지소연이다. 헌신의 참뜻을 알고 있는 지소연에게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럴수록 지소연은 고개를 숙였다. 캐나다 여자 월드컵을 앞두고 최종 전지훈련지인 미국 뉴욕으로 20일 출국하는 인천공항에서 만난 그는 겸손했다.
지소연은 "국내에서의 준비는 마쳤다. 남은 2주 훈련을 잘해서 캐나다에서 결과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2003년 미국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선다. 지소연에게는 첫 월드컵 경험이다. 지난 18일 출정식을 치르는 등 전에 없는 대우를 받으며 나간다는 점에서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그는 "말로만 16강 진출이 아닌, 진심으로 보여주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브라질, 코스타리카, 스페인과 같은 조에 묶여 있다. 조 3위 안에만 들어도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다. 지소연은 "분석을 열심히 했다. 우리도 상대팀 못지않게 많은 노력을 했다"라며 땀의 보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에서의 명성으로 자신의 실력이 노출됐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그렇지만 지소연은 의연했다. 그는 "내가 상대에 위협적인 존재인지 의문이다. 견제를 당하면 팀에는 더 좋다.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기 때문이다"라며 자신에게 집중되는 상대 수비를 역이용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자신이 쌓은 경험을 팀에 나누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소연은 "유럽에서의 경험을 잘 활용해 선수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겠다. 1988년생 언니들이 있다. 나는 중간급이라 그 역할을 잘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주장 조소현(인천 현대제철)도 "감독님이 첫 승을 먼저 하자고 하셨다. 이후 좋은 결과를 얻으면 16강은 물론 8강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라며 여자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꼭 쓰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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