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성환 감독, 주황색 머리 염색 단행

[이성필기자] 홈경기 관중 2만명이 넘으면 주황색으로 머리 염색을 하겠다고 했던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의 약속이 지켜졌다.

제주는 지난 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2015 9라운드 홈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안방불패(4승 1무) 공식을 이어간 제주다.

이날 제주는 홈관중 2만명 돌파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관중수 2만13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 K리그 실관중 집계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제주 홈 최다 관중이었다.

관중 2만명 돌파는 제주의 오랜 꿈이었다. 박경훈 전 감독이 "제주월드컵경기장에 관중 2만명이 넘으면 백발의 머리를 주황색으로 염색하겠다"라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많이 왔을 때가 1만8~9천명대에 그쳐 꿈으로만 남았다.

하지만 올 시즌 울산전에서 제주의 소원이 이뤄졌다. 자연스럽게 조성환 감독의 공약 실천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조 감독은 올해 초 취임식에서 박 전 감독의 제안을 이어받아 "나 역시 2만 관중이 넘으면 머리를 염색하겠다"라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울산전 후 "주황색 염색을 해라"는 제주 팬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고민하던 조 감독은 일시적으로 컬러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가발을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화끈하게 염색을 했다. 20일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 소재 전문헤어샵 '더 헤어'를 찾아 탈색까지 감행하며 머리를 주황색으로 염색했다. 4시간이나 걸린 대작업이었다.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는 조 감독은 "선수 때 갈색으로 물을 들인 이후 처음으로 염색한다"라고 전했다. 제주의 장석수 대표이사를 비롯한 제주 구단 관계자들은 저녁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염색을 한 조성환 감독의 열정과 투혼을 응원하기 위해 간식과 음룔를 직접 챙겨 조 감독을 응원했다.

조 감독은 "머리 색깔이 정말 잘 나와서 가발을 쓴 것 같다"라며 웃은 뒤 "부끄러움은 잠시다. 팬들과 약속이 더욱 소중하다. 할 거면 확실히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주황색 물결로 가득 차는 그 날까지 선수단 및 프런트와 더 열심히 뛰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