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두산 베어스는 비록 역전패했지만 눈에 띈 선수는 여럿 있었다.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개인 최다인 99개의 공을 던지며 8탈삼진 4실점 역투한 진야곱, 4-4 동점이던 7회초 균형을 깨는 2루타를 쳐낸 데이빈슨 로메로, 8회초 좌월 솔로포를 터뜨린 오재원이 우선 떠오른다.
하지만 딱 한 명만 꼽으라면 경기 중반 등판해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운 좌완 계투요원 이현호를 외면하기 어렵다. 박빙의 승부에서 마운드의 허리 역할을 든든하게 맡아준 그의 활약은 보석처럼 반짝 빛났다.
이날 모습만 놓고 보면 이현호는 그야말로 '철벽 계투요원'이었다. 4-4로 승부를 알 수 없던 6회말 진야곱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등판, 6-4로 앞선 8회 2사1루까지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6회 선두 이승엽을 1루수 땅볼로 가볍게 잡아낸 그는 김상수 또한 1루수 땅볼로 요리했다. 후속 이지영을 중전안타에 이은 폭투로 2루에 내보냈지만 박해민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7회에도 박한이를 2루수 땅볼, 박석민은 2루수 뜬공, 채태인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삼성 타선의 기를 죽였다. 8회에도 마운드를 밟은 그는 최형우를 중견수 뜬공, 앞선 4회말 동점 만루홈런을 쳐낸 나바로를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잡아내고 호투 행진을 이었다. 이날 2번째 맞이한 이승엽에게 중전안타를 내준 이현호는 자신의 임무를 100% 이상 해내며 마무리 노경은과 교체됐다.
이날 이현호의 기록은 2.2이닝 2피안타 무실점. 투구수 36개에 탈삼진 2개 사사구는 없었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을 공개 선언한 두산은 고질적인 불펜 불안으로 고생하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5.82로 최하위 kt(5.86)와 큰 차이 없는 9위에 처져 있다. "이 구원진으로 순위표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게 신기하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현택, 이현승의 셋업맨과 마무리 노경은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오현택 앞에 나오는 중간계투들이 아직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주축 필승조 바로 앞에 등판하는 릴리프 피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주문이었다.
이날 이현호는 주축 허리의 역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중간이 강해지면 팀 전체가 강해진다는 야구의 속성을 입증했다. 비록 마무리 노경은이 리드를 지키지 못해 아쉬움을 삭혔지만 이현호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수확이었다. 물론 이날 같은 피칭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건 또 다른 과제다. '좌완 왕국' 두산 마운드에 또 하나의 왼손 보배가 반짝 빛을 발할 태세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