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재미있는 선수다." 조범현 kt 위즈 감독은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 앞서 타격 훈련 중인 선수들을 지켜보며 이렇게 얘기를 꺼냈다.
조 감독은 경기 전 훈련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선수들이 치고 뛰는 모습을 유심히 살핀다. 이날 조 감독의 시선이 향한 주인공은 신인 내야수 김태훈이다.
조 감독은 "밀어쳐서 홈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라며 "공을 잘 때려내는 능력이 있다. 스윙도 좋고 연습도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자신감도 넘친다"고 김태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김태훈은 구단 연고지인 수원 유신고 출신이다. 우투좌타로 올 시즌 초반 1군에 있다가 그동안 퓨처스(2군)리그에서 기량을 연마했다.
그에게 최근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베테랑 장성호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왼손 대타 자원을 찾던 조 감독은 김태훈을 1군 '콜업'했다.
김태훈은 지금까지 1군 10경기 출전, 타율 2할1푼(23타수 5안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프로 데뷔전이 됐던 지난 4월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2루타로 1군 첫 안타를 신고했다. 지난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안영명을 상대로 1군 데뷔 후 처음으로 홈런 손맛을 봤다. 조 감독이 얘기한 바로 그 홈런이다.
김태훈은 체구가 큰 편은 아니다. 그런데 탄탄한 체격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신경을 써 제법 근육이 붙었다. 그는 "적극적인 타격을 하려고 한다"며 "도망가는 것보다 공격적인 게 낫다고 본다"고 타석에 임하는 자세를 말했다.
그래서일까. 김태훈은 KBO리그에서 대표적으로 공격지향적인 선수로 알려진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을 롤모델로 꼽는다. 야구선수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마음 속에 그리고 있는 우상은 배리 본즈(전 피츠버그·샌프란시스코)다.
김태훈은 최근 선발보다는 대타로 출전하고 있다. 조 감독은 "(장)성호가 다치는 바람에 빠진 자리를 김태훈에게 맡기려고 하는데 좌완 선발을 계속 만나다보니 기회 자체가 적다. 그 부분은 아깝다"고 했다.
김태훈은 "장성호 선배의 빈자리를 메운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며 웃었다. 발전 가능성은 많지만 보완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바로 수비다.
조 감독은 "잘 치는 건 맞는데 수비가 좀 그렇다"면서 "공을 어떻게 그런 자세로도 잘 잡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김태훈도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동료들도 수비를 두고 놀렸다"고 머쓱해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타격보다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반쪽 선수로는 1군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걸 김태훈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신인이다. 발전 가능성이 있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김태훈의 주포지션은 3루수다. KBO리그에서 공수를 모두 갖춘 3루수로는 최정(SK 와이번스) 황재균(롯데 자이언츠) 등이 꼽힌다. 최정은 김태훈의 고교 선배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정도 신인시절에는 수비에서 평가가 좋지 않았다. 부단한 연습과 노력이 지금의 최정을 있게 했다.
김태훈은 "남은 시즌 목표는 하나"라며 "2군으로 내려가지 않고 1군에서 시즌을 마쳤으면 한다. 그리고 끝내기 안타나 홈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했다. 새내기다운 당찬 각오다. kt는 27일 KIA와 홈경기를 치른다. 상대 선발은 우완 박정수가 나온다. 김태훈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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