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확실한 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슈틸리케호다. 잡음 없이 올림픽 대표팀과 중복되는 선수 문제를 정리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쿠웨이트 원정 경기 및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에 나설 대표팀 명단 23명을 29일 발표했다.
깜짝 발탁은 없었다. 이번에 선발된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이 눈여겨봤던 선수들이었고 모두 한 번 이상은 대표 선발돼 기량을 점검받았다. 새 얼굴을 굳이 찾지 않았던 것은 기본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이 모든 선수의 장, 단점을 파악했다는 의미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해 A매치 횟수가 많았고 두 번의 대회(아시안컵, 동아시안컵)에 다른 멤버로 나서면서 선수층이 두꺼워졌다"라며 대표팀의 인재풀이 넓어진 데 만족감을 표했다. 유럽, 중동,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뛰더라도 대표팀 주전 보장은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K리그에서 활약해도 재능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표로 기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앙 미드필더 권창훈(21, 수원 삼성)은 대표팀 K리거의 중심에 서 있다. 애초 권창훈은 A대표팀 코치를 겸임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U-22, 올림픽대표) 대표팀의 핵심 멤버였지만 8월 동아시안컵에서 A매치를 뛰면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다. 이후 9월 라오스, 레바논 2연전에서 모두 골맛을 보며 A대표팀 중원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자연스럽게 권창훈의 양 대표팀 중복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레바논전을 마치고 귀국한 권창훈은 "그것은 축구협회가 알아서 할 문제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월 A매치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 권창훈을 다시 포함시키면서 "레바논전 후 신태용 코치와 권창훈을 면담했다. 10월에는 권창훈이 A대표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쿠웨이트전을 승리로 마친다면 어느 정도 2차 예선의 중요 고비를 넘기고 최종 예선으로 넘어가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좋으면 11월 U-22 대표팀이 친선대회 나서는데 그 때는 권창훈이 합류하기로 했다"라며 확실하게 그의 활용 계획을 전했다. 권창훈 문제는 이미 정리를 해놓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권창훈의 대표팀 주전 활약을 장담할 수는 없다. 권창훈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경쟁자인 한국영(카타르SC)이 이번에 대표팀에 재승선했고 쿠웨이트 원정을 함께 한다. 한국영은 1월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에 연계 역할을 하는 등 경쟁력을 과시한 바 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파트너 역할을 해내기에도 충분함을 증명했다.
물론 권창훈의 경우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역할 소화가 가능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쿠웨이트전까지 권창훈을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재성(전북 현대), 남태희(레퀴야) 등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대표팀 내 경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절묘한 한 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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