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1년]'전국노래자랑' 35주년, 韓 최장수 예능의 길을 묻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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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형석 PD "北 개성공단서 공연해 보고파"

[김양수기자] '오래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KBS 1TV '전국노래자랑'은 이 말을 35년째 몸소 실천 중이다. 대한민국 최장수 예능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은 매주 일요일 낮 12시10분이면 어김없이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1980년 11월9일 첫 정규편성된 원조 대국민 참여형 오디션 '전국노래자랑'은 오는 8일 35주년을 맞이한다. 1700회 이상 방송해 오는 동안 '전국노래자랑'은 하나의 유명 브랜드가 됐다. MC 송해는 27년, 정한욱 작가는 26년, 신재동 악단장은 22년째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폐지 논란 없이 생명력을 유지해 온 장수 예능의 비결을 들어봤다.

'전국노래자랑'의 현 수장인 채형석 PD를 만났다. 개편 때마다 연출진은 바뀌지만 '전국노래자랑'은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제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4월 합류한 채 PD는 KBS 입사 이후 '전국노래자랑' 연출만 네번째다.

"첫 입사 당시 AD로 '전국노래자랑'에 참여했죠. 이후 1991년과 '전국노래자랑' 20주년, 30주년에도 함께 했어요. 세월이 흘러 또 이렇게 특별한 때를 맞이하네요."

MC 송해, 푸근한 '눈높이 진행'…실제론 완벽주의자

그가 말하는 '전국노래자랑' 장수의 최고 비결은 바로 MC 송해. 내년이면 구순으로 접어드는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국민MC'가 됐고, 이제는 송해 없는 '전국노래자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전국노래자랑'은 초대MC 이한필을 시작으로 이상용, 고광수, 최선규 아나운서 등이 거쳐갔고, 1988년 5월 송해가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이후 송해는 7개월 가량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총 27년째 '전국노래자랑'을 지키고 있다.

채 PD는 송해가 MC직에서 물러났던 1994년 경북 영천 녹화 당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당시 연출진과 MC 송해는 녹화시간을 두고 논쟁을 벌였고, 송해는 서울로 먼저 올라갔다. 현장은 엉망진창이 됐다. 이후 '전국노래자랑' MC는 김선동 아나운서로 교체됐다.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김선동 아나운서가 MC를 맡은 이후 KBS에 항의전화가 빗발쳤어요. '송해를 돌려달라'는 거였죠. 결국 7개월만에 송해 선생님이 돌아왔어요. 그만큼 '전국노래자랑'에 최적화된 MC예요."

무대 위 송해와 무대 아래 송해는 닮은듯 다르다. 한없이 푸근할 것만 같지만 현실의 송해는 완벽주의, 그 자체다. 최근엔 KBS 2TV '나를 돌아봐'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송해는 약속 시간보다 무조건 30분에서 1시간 일찍 나와 후배들을 긴장시킨다. 일명 '송해타임'이다. 하지만 MC 송해는 무조건 받아주는 사람이다. 출연자에 맞춘 '눈높이 진행'은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이다.

"요즘이 송해 선생님 최고의 전성기 같아요. 특히 '나를 돌아봐' 출연 이후 젊은층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요. 송해 선생님과 40주년도 함께 한다면 가장 좋겠어요."

예선통과 비법 "유행가 피하고 열정적으로 불러라"

'전국노래자랑'의 주인공은 일반인들이다. 제작진은 이들이 편안하게 끼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직접 지역으로 내려간다. 외진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전국노래자랑'은 지역의 축제이자 잔치이고, 때론 자랑거리다. 여느 프로그램이 침범할 수 없는 '국민 프로그램'의 차별점은 여기에 있다.

'전국노래자랑' 예심과 녹화는 모두 오후 1시로 '전국 통일'이다. 덕분에 '전국노래자랑' 제작진은 매주 지방행이다.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3박4일동안 지방에 머문다. 예심 평균 인원은 300명. 최근 대구 예심에는 800명의 지원자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구에선 새벽 1시30분까지 예선을 봤어요. 작가와 악단장, 담당 PD는 식사도 거르고 심사를 봤죠. 신기한 건 그렇게 늦게 끝나도 참가자들, 그 누구 하나 불만이 없어요. 그렇게 1, 2차 예선을 거쳐 15팀을 선정하죠."

최근 예선에서 가장 인기있는 곡은 '내 나이가 어때서'와 '안동역에서'. 열에 일곱, 여덟은 예선에서 이 곡들을 부른다. 하지만 채 PD는 "예선에 통과하려면 최대한 유행가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왜곡되지 않은 방송을 위해 한 곡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란다.

"'전국노래자랑' 선정기준은 노래 잘하는 사람, 재밌는 사람, 땡 맞을 사람 세가지예요. 더불어 남녀와 연령대를 다양하게 비율에 맞춰 선정하죠. 순위권에 오르는 비결요? 노래를 잘 부르신다면 최대한 표정과 제스처를 사용해 열정적으로 불러주세요. 노래를 못하신다면 개인기를 확실하게 보여주세요. 남다른 사연도 좋고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전국노래자랑'을 거쳐간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 개그우먼 김신영, 방송인 조영구, 홍석천, 가수 박상철, 별, 김보경, 송소희 등은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연예인의 꿈을 키웠고, 또 스타로 발돋움했다.

"'전국노래자랑'의 존재이유는 여러가지지만 그중에는 트로트 음악의 활성화도 포함돼요. 국내에 트로트 가수는 많은데 설 무대가 없거든요. 지상파 유일의 무대인 만큼 좀 더 다양한 가수를 섭외해서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전국노래자랑'은 2003년 평양을 찾았다. 이후 2005년 일본 도쿄, 2007년 미국 뉴욕, 2009년 중국 선양, 2011년 중국 칭다오 등 2년 간격으로 해외 공연을 가졌다. 이후 해외공연은 뜸한 상황. 이에 대해 채 PD는 "북한과 관계가 개선된다면 언젠가 개성공단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중국 대련과 접촉 중이고, 브라질 공연도 현재 논의 중이에요. 브라질엔 교민이 5만명 정도 있고, 2월엔 삼바축제도 열리니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송해 선생님도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이세요."

이제 35주년을 맞은 '전국노래자랑', 앞으로도 오랫동안 송해 선생님의 힘찬 오프닝 멘트가 듣고싶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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